[漢字, 세상을 말하다] 二柄<이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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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27면

전국시대 말기 철학가 한비자(韓非子· BC280∼233)는 짧은 인생 동안 제왕의 통치술을 면밀히 관찰했다. 군주와 신하 관계 역시 주요 연구 과제였다. 그는 양자 관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무릇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킬 수 있는 것은 발톱과 이빨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일 호랑이에게서 발톱과 이빨을 빼 개에게 준다면, 호랑이는 개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비자가 비유로 설명한 군주의 발톱과 이빨은 ‘형(刑)’과 ‘덕(德)’이다. 채찍과 당근인 셈이다. 그는 이를 ‘이병(二柄)’, 즉 ‘두 개의 칼자루’라고 했다. 『한비자』는 군주가 그 칼자루를 신하에게 넘겨줬을 때 어떤 일을 당하는 지 사례를 적고 있다.

 “제(齊)나라 재상 전상(田常)은 군주 간공(簡公)의 명을 받아 백성들에게 곡물 빌려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백성들에게 빌려줄 때는 큰 말로 퍼주고, 거두어 들일 때는 작은 말로 받아 은혜를 배풀었다. 백성이 전상을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간공은 덕을 잃었고, 전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簡公失德而田常用之也). 간공은 결국 시해됐다.”

 『한비자』 ‘이병(二柄)편’에는 이런 얘기도 있다.

 “춘추시대 송(宋)나라 신하 자한(子罕)이 군주인 평공(平公)에게 이렇게 말했다. ‘포상을 받는 것은 백성들이 좋아하는 일이므로 왕께서 직접 하시고, 형벌을 받는 일은 싫어하는 일이므로 신이 담당하겠습니다’. 실제 그렇게 하자 평공은 형(刑)의 위엄을 잃게 됐고, 자한은 평공을 협박하게 된다.”

 한비자는 두 사례를 들며 이렇게 한탄했다.

 “전상은 단지 덕을 배푸는 것만으로 간공을 시해했고, 자한은 형벌권만을 사용하고도 평공을 위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신하들 중에는 형과 덕의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현재 군주는 간공이나 평공보다 더 위태롭다. 신하가 형과 덕을 대신 사용하게 하고도 군주가 위태롭지 않았던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 지도부를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두 개의 칼자루를 혼자 꽉 쥐겠다는 뜻인가.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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