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최근에 저지른 두 가지 '사고'

미주중앙

입력

최근에 두 가지 일을 저질렀다. 첫째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클릭한 일 둘째는 월마트에서 불량품 진공청소기를 산 일이다.

컴퓨터 이야기부터 하자. 언젠가부터 컴퓨터를 켜면 '2분이면 문제점을 해결해 주겠다'는 알림창이 자주 떴다. 그럴 때마다 "저런 건 절대 클릭하면 안 돼." 애써 무시하고 지워버렸다. 그런데 처음엔 유해 파일이 670여 개라고 하더니 날이 갈수록 숫자가 불어나 나중엔 749개나 된다는 것이었다. 은근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알림창 위에는 항상 '마이크로소프트 협력업체'란 사인이 있었다. '아하 이건 컴퓨터에서 해 주는 거구나.' 의심이 눈처럼 녹아서 어느 날 클릭하고야 말았다.

클릭하면 즉시 클린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복잡한 내용이 뜨면서 나중엔 요금까지 부과되었다. 70불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업소에 가도 마찬가지니 시작한 김에 크레딧카드로 지불했다. 하지만 지불한 뒤에도 다시 알림창이 떴다. 아뿔사 당했구나! 결제한 신용카드로 신상이 털릴까 봐 가슴이 덜컹거렸다.

친구 따라 월마트에 갔다가 막내가 사라던 비싼 다이슨 청소기를 덜컥 샀다. 집에 오자마자 상자를 뜯어보니 조립도 간단했다. 그런데 플러그에 연결해야 할 청소기 줄이 보이지 않았다. 불량품이었다. 상자는 이미 버린 후였다. 다행히 영수증은 있어서 청소기를 가지고 월마트에 갔더니 직원은 '상자가 없으면 반품을 받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매니저까지 불렀지만 결론은 같았다.

컴퓨터에 신용카드로 결제한 다음 날이 마침 손자 보러 둘째네 가는 날이었다. 마침 와 있던 큰딸을 보니 서러워서 "엄마가 요새 일을 두 개나 저질렀다"면서 구구절절 보고했다. 딸은 컴퓨터에 뜨는 건 모두 바이러스이므로 절대 클릭하면 안 된다. 가전제품 박스를 한 달 정도 보관하는 것도 상식이다. 사용하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엄마가 우리한테 가르쳐놓고 그런 실수를 하느냐…. 한참 야단치고 설교를 하면서도 곧 해결을 시작했다.

먼저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지불정지를 부탁하고 새 카드 발급을 의뢰했다. 청소기도 회사와 한참을 얘기하더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이 되었다. 내가 산 모델은 생산이 단절된 모델이라 고칠 수도 없으니 전선이 절단된 부분의 사진을 찍어 영수증과 함께 보내고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UPS 점포에 기계를 반납하면 새 모델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다음 날 집에 돌아온 나는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회사가 지정해 준 UPS 점포에 기계를 반납했다. 정확히 이틀 후 새 기계가 우리 집에 배달되었다.

이번에 두 가지 불상사를 겪으면서 새삼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감지수가 높아졌다. 만일 내가 크레딧카드도 그렇게 지불정지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제작회사에서 그처럼 정직하게 소비자를 믿어 준다고 알았다면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성실한 기업이 받쳐주는 국가는 건강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미국의 시대가 곧 끝날 것이라고 예언한다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미국의 정직한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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