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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 대비 좋은책 많이 읽고 독후감 꼭 쓰도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86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 논술고사를 포함한다는 보도가 있자 도서관에 오는 고교생들의 화제도 논술고사가 단연 으뜸이다.
『선생님, 어떻게 준비를 해야지요』라는 물음에 『우선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해야지』 라고 밖에 대담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울 정도다.
서점에는 논술고사 대비용 참고서가 벌써 20여종이나 나왔다고 한다. 도서관에도 이러한 종류의 책들을 빌어가는 고등학생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어릴때부터 TV옆에 앉아 생각하기를 거부해온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객관식 시험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봉쇄 당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이 논술의 「의논할 논」 자만 보아도 겁에 질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요즘의 글은 옛날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문장이 많이 쉬워졌다. 그러므로 걱정하기에 앞서 좋은 책을 읽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글은 쉽게 짧게 정확하게 써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요즘의 학생들은 우선 입시에 관련된 교과서·참고서 읽는 데만 급급해서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교양서적을 읽는데 너무 등한시해왔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책을 별로 읽지 않지만 예부터 우리조상들은 「모든 우주의 진리가 책속에 있다」 해서 그날의 양식거리가 없어도 책이 있고 책을 읽으면 그것으로 족했다고 한다.
하나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다른 일에는 열심이면서도 책읽기는 완전히 뒷전이다.
다방등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면서도 책은 잡지 않는다.
전철안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은 10%도 못된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전철을 타면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책을 마주 대하고있어 우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지금까지 10여년동안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많은 독서클럽·독서교실을 지도해왔다. 처음 독서모임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회지발간을 위해 독후감등 작품을 써내라고 하면 자꾸 머뭇거린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생각은 하면서도 이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1년정도 책을 자주 대하고 글을 써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글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게되고 나중에는 서로 다투어 글을 써서 내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미루어 독서가 글짓기능력 향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국의 도서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름방학·겨울방학독서교실을 갈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곧 겨울방학인데 집안에서 TV만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도서관을 적극 이용하기를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독후감을 전혀 쓸줄 모르는 학생들도 전문사서에게 바른 독서법을 배우고 독후감 쓰는 방법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붙는다.
부모들도 자녀들이 집안에서 책을 자주 대하도록 지도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전혀 이루어주지 않은채 『이런 이런 책을 읽으라』 고 강요만 하면 오히려 자녀들은 싫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는 부모가 직접 책을 읽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글이란 쓰는 이의 생각의 표현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이어야 좋은 글이 된다. 마음은 딴전인데 기교만 부린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될수가 없다.
이제 대학임시가 1년밖에 남지 않은 고등학교2학년 학생들은 이번 겨울방학동안 신문사설·칼럼등을 읽고 좋은 것을 오려서 정리해두어야 할것이다.
글이란 처음에는 좋은 글을 흉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끝까지 남의 글을 흉내만 내서는 안되지만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 자신의 문체를 개발해야 한다. 그런 후에 자신만의 목소리로 설득력 있고 정확한 글을 써야한다.
방학동안 고사성어·속담·명언등을 철저히 정리해 두는 것도 나중에 좋은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적절한 인용문은 백마디의 다른 말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낼때가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모하고 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책을 다 사서 볼 수는 없다.
겨울방학을 맞는 학생들에게『가까운 도서관으로 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곳에는 많은 책과 친절한 형과 언니뻘의 사서가 있다. 일단 나가보면 쉽게 가까와질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흔히 가을철을 독서의 계절이라 해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들 하나 겨울이야말로 책읽기에 더욱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에게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철이기 때문이다.
겨울방학동안 1주일에 최소한 한권 정도의 좋은 책을 읽고 꼭 독후감을 써서 자신의 정서도 살찌우고 다가오는 입시에도 대비하는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할 것을 모든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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