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치는 국제 무역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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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무역시장은 지금 가짜 상품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다.
향수에서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이들 가짜상품들이 국제무역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에 전체의 2%에 해당하며 그 액수는 4백억 달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바이스 블루진이나 롤렉스시계등 소비재 상품에 주로 침투했던 가짜 상품들이 이제는 자동차부품·비행기부품·피임약에도 포함되고 있어 공공안전을 해치고 있다.
가짜 비행기부품은 JAL, 유러피언 에어버스, 록히등 세계 유명 항공사나 항공기제작사의 정비소에서 발견되기 일쑤이며 도요타등 세계유명자동차의 가짜 부품들은 중동·아시아지역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가짜상품 제조업자들은 모조품을 팔아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
멕시코에서는 나폴레옹 코냑·샤넬 향수등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탈리아 플로렌스시 근교에서는 가짜 가죽 제품들이 만들어져 수출상품으로 둔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국제 가짜상품 퇴치연합(IAC)의 「제임즈·비코프」 회장은 『가짜 상품이 침투하지 않은 산업은 이제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짜상표를 붙인 가싸 상품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불량품 또는 중고품에 새로 페인트를 칠해 마치 새 상품인양 내다 팔기도 한다.
뉴욕경찰당국은 얼마 전 제너럴 모터즈의 중고자동차 엔진을 새 상품으로 둔갑시켜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뉴욕의 한 수출업자를 체포한바 있다.
가짜상품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것은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지만 각국 세관이 이들 가짜 상품적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데도 그 이유가 있다.
금년에 4천만 달러어치의 가짜 상품을 압수한 미국세관의 경우 가짜상품 적발순위를 마약·무기·고도 기술제품 다음번 순위에 두고있다.
70년대까지만해도 서방선진국들은 아시아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가짜상품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80년대에 들어와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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