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지 「첩보위성」보도에 와인버거 이적 행위다 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와인버거」미국방장관은19일 워싱턴 포스트지가 이날짜 신문에 미국첩보위성발사내용을 보도한 것은「이적쟁위」라고 공개비난 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지는 다음날인 20일 1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자기들의 보도는「책임 있는 언론의 보도기능」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언론과 행정부 사이에서는 가끔 이런 충돌이 있어왔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미군의 월남전개입 구실이 된 「통킹만 사건」이 조작 내지 왜곡되었음을 보여준 국방성 기밀문서 보도와 미군의 잔학스런 작전방법을 폭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국제여론을 악화시킨 「밀라이 학살사건」보도였다.
이번 경우는 오는 1월23일 미공군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어보낼 계획인 통신첩보위성의 정체를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함으로써 소련이 이를 알게 해줬다는 것이 국방성측 주장이다.
「시긴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위성은 소련의 서부지역, 즉 우랄산맥 이서의 나토 졉경지대 상공에 고정 배치되어 지상의 무선교신을 녹음해 미국기지로 중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서 얻은 교신내용은 미국 최대의 비밀 첩보기관인 국가안보처(NSA)가 해독, 처리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4.5m의 시긴트 위성을 소련 상공에 띄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방성은 만약 소련이 이 인공위성의 성능이나 위치를 알게 되면 쉽게 대응조처를 취해 이 위성의 기능을 중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미국 언론기관에 보도관제를 사전에 요청했었다.
주요 신문·방송에는 「와인버거」장관은 스스로 전화를 걸어 보도를 삼가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이 기사를 보도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한다.
여하튼 워싱턴포스트지는 19일자신문에 이 첩보위성의 고도와 성능을 간략하게 보도했고그렇게 해서 일단 보도관제가 깨어지자 AP통신과 각TV방송도 각자 취재해 놓았던 내용을 보도했다.
뉴욕 타임즈지도 하루 늦게 20일자에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경쟁지인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사실을 옹호하는 방향의 해설도 곁들였다.
워싱턴포스트지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기관은 자기들이 보도한 내용이 미국안보에 위해가 되었다는 국방성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보도한 내용이 이미 의회청문회나 감지보도로 공개된 것이므로 이적행위가 있었다면 이전에 범해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워싱턴포스트지는 자기들이 보도한 내용은 지난 5월 공개로 열린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국방연구처 「로버트·쿠퍼」처장의 증언 내용과 항공감지 내용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연방수사국(FBI)은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한 관리에 대한 수사는 시작했으나 언론사 자체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언론과의 충돌에는 하나의 흥미로운 뒷공론이 나돌고 있다. 즉 어려운 예산투쟁을 앞두고 있는 국방성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부의 진보계 신문에 비판적인 여론이 일어 자기들의 입장이 유리해질 것으로 계산하고 이 충돌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