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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홈플러스 인수 예비제안서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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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7월 오리온으로 이적한 허인철(55·사진) 부회장(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제2의 이마트’를 목표로 한 걸음 다가섰다. 오리온그룹은 “홈플러스 인수 관련 예비제안서를 잠재적 매도인(영국 테스코)에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다.

 허인철 부회장은 2006년 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 인수 당시 협상을 주도하고 이마트를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 때문에 허 부회장이 오리온으로 입사한 지난해 7월부터 오리온그룹의 홈플러스 인수 추진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오리온 측은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후에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홈플러스 인수 후 ‘제2의 이마트’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점쳐졌다.

 허 부회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허 부회장은 ‘박리다매’라는 이마트의 핵심역량을 정립하고 조직을 재정비했다”며 “오리온이 홈플러스와 합쳐져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리온그룹이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에는 그룹 규모가 크지 않다. 국내에 오리온·쇼박스·오리온레포츠(농구단) 등 3곳, 해외에는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9곳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보유 현금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외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에 대한 담철곤 회장의 의지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외 사모펀드를 재무적 투자자로 내세우는 한편, 오리온의 보유 자사주 전량을 매각해 홈플러스의 지분 35%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의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일단 판매거점이 700~800개 생겨 제과업체로선 사업영역을 과감히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신제품 출시를 포함해 식품 쪽으로 좀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회사가치와 실적 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승자(최종 인수자)나 종업원, 납품업체, 국내 금융기관 모두가 어려워지지 않는 길”이라고 말해 과도한 가격전에 대해 애둘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소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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