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여성차별 폐지·소비자 운동이 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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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4년은 한국여성계에 그 어느해 보다도 새로운 움직임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그 내용온 크게 가족법 개정을 위한 여성연합회 (회장 이아영)의 결성과 활동, 소그룹이 중심이된 일련의 여성의 인간화운동, 환경과 공해를 새로운 이슈로 내건 소비자보호운동등으로 요약할수 있다.
가족법은 77년 그중 일부가 개정되었으나 남녀차별의 핵심이 되는 호주제도·상속·동성동본 불혼등의 부분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가족법의 개정은 여성계의 해묵은 숙제가 되어있었다.
지난 7월 범여성단체로 탄생된 가족법 개정을 위한 여성연합회는 제1백23회 정기국회에서의 통과를 목표로 찬성 서명받기·관계기관에 청원서보내기·강연회등 다양한 활동을 펴왔다.
10월말에는 총1백9조에 해당하는 가족법 개정시안을 마련했으나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상정키 위한 국회의원 20명의 찬성 서명을 받지못해 좌절되고 말았다.
특히 8명의 여성국회의원중 찬성서명을 한사람은 민한당 전국구출신의 황산성의원 l명뿐이어서 여성들을 경악케 했다.
이렇게되자 애초에 금년 12월말까지 시한부로 결성된 가족법 개정을 위한 여성연합회는 가족법이 개정될 때까지 존속키로 의결했다.
소그릅 중심의 활발한. 여성활동은 84년 여성계 활동중 가장 두드러진 흐름. 주부 아카데미 협의회 (회장 강은실) 산하 6개 단체, 여성의 전화(원장 김희선), 여성 평우회(공동대표 조성·지은희·이미경), 그리고 지난 9일 창립총회를 가진 「또하나의 문화」 등이다.
의식화된 주부들 사회학·여성학을 전공한 소장 여성학자들이 주동이 된 이 소그룹들은 차별받는 여성의 현실을 고발하여 여성의 인간화, 새로운 시각에서의 문화활동을 통한 여성운동을 목표로 하고있다.
주부 아카데미 협의회 산하 마당극단 둥우리가 공연한 『기생관광』 (4월), 여성 평우회가주최한 여성문화 큰잔치의 『마담 뚜·임신퇴직』 (10월) 등의 풍자극은 여성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이와 같은 여성의, 현실고발 풍자극에 일반 여성들의 관심과 호응이 큰 것은 오랫동안 억눌려온 다양한 한국의 여성문제의 절박함의 상징으로, 최근의 신문방송학과 여학생협회의 취업기회의 남녀평등 요구와 함께 앞으로의 여성단체 활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성의 전화 김희선 원장은 얘기한다.
77년 가을 이화여대에서 첫 강좌가 열렸던 여성학이 7년만인 지난10월 한국여성학회 (회장 윤후정) 의 창립으로까지 발전한것도 84년 여성계의 성과의 하나다.
환경과 공해문제가 대부분 여성단체가 주관하고 있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주요 이슈로 대두된것도 특기할만한 사실. 소비자 보호단체협의회는 84년을 『깨끗한 환경의 해』로 정하고 쓰레기·교통·소음등 환경공해에 관한 고발을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그중 주부교실 중앙회(회장 이윤자)는 쓰레기 문제를, 주부클럽 연합회 (회장 정충량)는 교통과 소음문제를, 서울YWCA는 합성세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84년 여성계 활동은 종래의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위주에서 구체적인 생활속에서 문제를 잡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또 한국사회의 문제, 여성의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아직은 숫적으로 절대 소수이지만 일단 대다수 여성의 눈길을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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