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국2체제 실험」 막은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홍콩의 중공반환에 관한 영-중공간의 합의문서가 19일 정식 조인되었다. 고도의 자본주의적인 시장 커메니즘 속에서 발전해온 홍콩의 변화 중공시장 진출을 노린 외국기업들의 대홍콩전략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홍콩은 2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서울 넓이의 2배도 채 못되는 좁은 땅덩어리가 1국2체제의 실험장이 되면서 부터다. 이같은 실험은 문서상으로 1997년부터 실시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실질적으로는 1985년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편에서는 외국기업들의 홍콩기반 구축작업이 한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홍콩탈출을 시도하는 몸부림이 있다. 1국2체제의 실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영-중공간의 합의문서 정식조인으로 식민지인 홍콩의 운명은 이미 판가름났으나 이 땅위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주민들은 갈팡질팡하고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의 광고난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이민 안내문이 게재되고 있으며 이민알선업체들은 쉴 틈없는 주민들의 문의에 응답하고있다.
홍콩공항 환전소직원이 기자에게 건네준 환전명세서에는 미화1달러의 환율이 홍콩달러로 7달러80센트라고 찍혀있다.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패닉현상이 나타났던 작년9월의 9달러60센트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된 시세다.
홍콩 경제계의 심리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가지수도 바닥시세였던 지난7월의 7백46에서 요즘에는 1천1백 이상까지 뛰어오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홍콩주민들의 인심이 상당히 안정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홍콩으로부터의 탈출」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3년부터 매년 1천건 이하에 머물렀던 홍콩 주민들의 이혼신청건수가 작년 한해에 3천9백74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홍콩반환」을 들먹거릴 때마다 더 많은 이혼서류가 법원에 제출되었다.
올들어 지난1∼11월 사이에 4천64건의 이혼신청이 들어와 이미 작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고 「브레인·케어드」판사는 밝혔다. 기이하게도 이혼 당하는 아내쪽에서 위자료지급을 요청하는 일이 없으며 대부분 자녀부양권마저 포기하고 있다. 부부가 「홍콩탈출」절차를 밟고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혼한 중국인 남자는 미국인여자와 계약결혼해서 미국적을 취득한 다음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다음에는 미국인 아내와 이혼한 후 홍콩에 남아있는 아내와 결합하는 식으로 합법적 도피를 강행하는 것이다.
홍콩에는 홀아비 생활을 하고있는 중국인 의사나 변호사·교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로 미국적을 취득한 이들 홍콩의 지식인들은 가족을 미국에 옮겨놓은채 홍콩에서 돈벌이를 하고있다. 홍콩과 미국등에 양다리를 걸치고 여차하면 줄행랑을 칠 수 있도록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
호텔 종업원인 「젠·메이요」양은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 대부분이 서양인이나 해외화교들과 결혼해서 홍콩을 빠져나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이라는 질문에 『딴 방법이 없으니 최선을 다 해야지요』라는 대답이었다. 공무원인 그녀의 아버지는 2년 전부터 저축을 시작, 아들 유학비용을 마련하고 있으며 아들이 해외에서 정착하면 그 자신의 노후를 맡길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홍콩의 중공반환에는 구석구석까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97년 이후 영국국기인 유니언잭이 내려지고 대신 중공의 오성홍기가 드리워질 홍콩의 중심가에는 「중공반확」조인에 아랑곳없이 대형건물들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일본 대성건설의 25층빌딩을 비롯하여 영국계의 익스체인지 스퀘어빌딩(50층). 홍콩상해은행의 본점건물, 그리고 군소 백화점들이 준공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이 중공본토시장진출의 최대거점이 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 외국기업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 화폐를 찍어내는 은행가운데 하나인 홍콩상해은행은 『합의문서 정식조인으로 정치적인 불안정은 제거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있다.
17일 중공의 신화사통신은 『홍콩이 거대한 중공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사유재산은 법에 따라 보장받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중공의 거듭된 다짐은 홍콩의 장래가 1장의 합의문서로 보장될 수 없으며 절대권력을 쥐고있는 중공 당내에서 권력투쟁이 일기라도 한다면 만사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홍콩주민의 우려를 겨냥한 것이다.
홍콩주민들은 중공이 내걸고 있는 이른바 「권인치항」(홍콩사람이 홍콩을 통치한다)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알게 모르게 「경인치항」(북경사람이 홍콩을 통치한다) 꼴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기업체 책임자나 각국 특파원들은 중공관계자들의 점심초대를 받거나 중공본토의 여행안내를 받는 경우가 적지않다. 하다못해 대치관계에 있는 자유중국 특파원들에게도 같은 대우를 하고있다. 중공의 「좋은 이미지 심기운동」은 홍콩의 운명이 거론되면서부터 펼쳐지기 시작했다.
중공은 문화인이나 극단까치 홍콩에 보내기도하고 홍콩국경선경비를 맡고있는 해방군을 철수시켜 부드러운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있다. 실질적으로 홍콩의 중공대표부라고 볼 수 있는 신화사의 홍콩분사사장에 허가둔(전강소생당제1서기)이라는 거물을 파견, 홍콩중시정책을 눈에 띄게 하고있다.

<홍콩=최철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