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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곰」까지 수입해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산 야생 곰이 수입되어 강장제로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죽은 곰 한마리를 무려 1천5백만원씩이나 호가하는 세태며, 보신용이라면 무엇이든 먹어대는 풍조며 모두가 고소를 짓게하는 일이다.
하나는 우리의 무분별 수입정책에 관한 주의환기다. 국내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거나 그밖의 국가이익에 특별히 위배되지 않는 한 수입품목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국제무역의 관례이긴 하다.
또 실제로 정부는 가능한한 많은 품목을 수입자유화 함으로써 그런 국제적 추세를 따르려고 한다.
그렇기는 하나 이번 야생 곰의 경우처럼 국가적 필요로 볼 때 부요부급할뿐 아니라 사회의 사치 향락풍조를 조장하여 국민 대다수의 정신건강을 오히려 좀먹는 품목을 수입하는 것은 역시 문제다.
수입업자의 자제도 아쉽지만 정부가 비록 수입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높은 관세등 방식으로 감시, 견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국민의 보신 풍조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한다.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신체적 건강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사실은 불건강한 일임을 인식해야겠다.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섭생을 통해 균형있는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는 노력은 긴요한 일이겠으나 그 한계를 넘어 필요 이상으로 신체의 일부 특수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강정 보신의 수단을 찾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님을 깨달아야겠다.
한국인의 유난스런 보신취향은 때때로 외국인들의 조소거리도 되고있다. 작년에 한 외신은 한국인들이 몸에 좋다면 뱀·개미·메뚜기등 무엇이나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고 비꼬는 기사를 실은 적도 있다.
태국의 뱀탕집에 한국인 손님이 쇄도해서 전체 고객의 10%를 차지한다는 외신보도도 나왔다.
그런 실태로 해서 올해 우리는 인도네시아산 아기 곰을 밀수입했다가 되돌려 주고 아프리카산 왕달팽이와 독개구리까지 수입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는 자기 몸에만 좋다면 무슨 짓을 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탐욕스럽고 맹목적인 야비한 인간성의 단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탐욕과 무지의 풍조가 결국 우리사회 전체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고 안녕과 평화의 뿌리를 흔든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공공의 질서와 신의를 바탕으로 성립되는 삶의 터전이다. 그 터전에선 개인이 비록 할 수 있더라도 참고 하지않음으로써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일이 많은 것이다.
잘사는 이들이 절제하고 힘있는 이들이 힘을 아낄때 사회성원들의 상호 신뢰의 바탕은 더욱 든든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다만 야생 곰의 수입문제에 그치는건 아니다. 호화 가구, 호화 장신구등 사회성원들의 화합을 깨고 정신적 유대를 해칠만한 품목들을 수입자제하고 쓰기를 삼가며, 정부가 세심하게 주의·견제하는 일은 모두 우리사회 발전의 핵심적 과제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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