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가 신학교와 성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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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을 막고 성직자의 자질 저하에 규제적 조처를 취한지도 어언 4년이 지났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무인가 신학교가 엄존하는가 하면 자질이 떨어지는 목회자들이 횡행하며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이름도 없는 외국의 신학교와 교과과정협약을 맺어 손쉽게 엉터리 석사·박사학위를 밤는 변법이 유행하고 있는가보다.
이같은 현상은 나라의 교육제도를 우롱하는 불법에 그치지 않고 성직의 기본사명을 외면한채 다만 성직을 세속생활의 도구로 이용하는 파렴치로 규탄되어야 마땅하다.
80년8월 문교부가 「무인가 신학교 정비계획」을 내놓으며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무인가 신학교는 1백83개교였다.
그것이 그간 폐쇄·정리된 끝에 지금 64개교로 줄어든것만도 다행한 일이지만 그 후에 나타난 문제들은 오히려 더욱 심각한 양상을떠고 있다.
신학교에서 신학원, 목회연수원등으로 명칭을 바꿔 신학교 행세를하는 학교가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의 무명신학원을 이용한 무자격 성직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교계신문에 자주 보이는 광고들을 보면 신학원이나 목회연수원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사명감에 불타는 자』들을 모아 1년과정을 이수시킨 뒤 전도사나 강도사의 자격을 주고 곧 목사 안수를 받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무인가 학교의 대부분이 시설미비인 것은 물론 교수진도 무자격자가 대부분이고 학생들도 무학자·국졸·중졸자등을 마구 입학시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남발해 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중에 최근엔 미국에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신학교가 한국에 무인가 분교를 차려 놓고 지난2년간 국내 교역자 1백여명에게 신학·철학박사 학위와 영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미국인 목사의 사기행각은 두말할여지없이 가증스런 일이지만 여기에 놀아난 한국인들도 더더욱 한심하다 하겠다.
그런 사실을 놓고 성직의 오염과 타락을 걱정하며 더 나아가 우리국민의 정신생활과 신앙생활의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성직자는 사람의 정신을 바르게 계도하며 올바른 삶을 가르쳐야할 소명에사는 사람이다.
그런 막중한 책무로 해서 성직자는 엄선에 엄선을 거쳐 선발·교육하는 과정을 밟아야할것이 요망되고 있다.
이는 단지 사회의 감독 규제가 약하다든가 성직과 학위를 손쉽게 취하려고 하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고 교단의 무책임이 더 심각하다할 것이다.
무인가 신학교와 신학원을 운영하는 군소교단들은 성직음의 자질 저하나 교파 분열의 책임은 아랑곳 없이 다만 자기교단의 확장에만 몰두해서 무자격 성직자 양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기독교의 군소교단들은 건실한 교육과정을 통해 목사의 자질 향상에 기여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오늘의 어떤 종교는 성직자를 정상적인 대학원 교육으로 양성하며, 불교가 전통적 승료고시를 부활해 승려의 자질 향상을 기하려고 노력하는것은 실로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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