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문화계 미술(2)대중미술 꽃피운 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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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는 대한민국미술대전민간단체 이양문제로 미술계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추상미술이 각광을 받고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추상작품이 팔린다는 실증을 보여줬다.
이른바 민중미술 운동이 활발해지고 논란도 많았다.
미술평론가 원동우씨 말처렴 『1984년은 민중미술을 꽃피운 해』다.
표현전위미술「토해내기전」(2월22∼28일·관훈미술관)을 스타트로 6월6일부터12일까지 서울관훈미숱관·아랍문화회판·제3미술관등 3개화랑에서 동시에 젊은작가 1백5명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삶의 미술전」을 열었다.
『삶, 그 모든 방향에서 달려와 만져보고 껴안아 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시대정신전」이 부산 맥화랑 (7월) 과 마산 이조화랑 (8월) 에서 연이어 열렸다.
「시대정신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도록대신「시대정신」이란 1백22페이지짜리 책을 만들었다.
이들은 출품작과 자신의경력을 간단히 소개하고 「민중미술 운동의 생명력」이란 특집을 꾸며 민중미술의 방향을 다잡았다.
이어서 민중의 삶과 역사 체험의 실상을 재현한「해방40년 역사전」이 광주에서 시발 (8월), 부산·대구· 서울을 잇는 순회전을열었다.
민중미술 논의는 미술계뿐 아니라 사회각계로 파급되었다.
민중미술은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미술. 민중의 실체·생활·의식이 드러나는미술을 일컫는데도 현실비판 미술로 오해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올해 화랑가의 흐름은 동양화의 퇴조. 70변대에 활발했던 동양화의 인기가 차차 떨어지고 서양화 붐이 조성되었다.
특히 9월에는 재불작가김기린 (한국미술관)·재일작가 이우환 (현대화랑)·국내작가 정창섭 (두손갤러리)씨가 동시에 전시회를열어 추상미술의 관심도를높였다. 이 전시회들은 관객도 많았고 전시성적도 매우 좋아 추상작품도 잘팔린다는 푸른 신호를 보였다.
中央갤러리 개관기념으로연 남관전, 동산방에서 연 윤명로전도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추상미술 선호현상에 대하여 미술평론가 유준상씨는 『애호가의 수준이 높아지고 작품기호의 다양화 현상』으로 풀이했다.
이런 추세에 가세, 「두손갤러리」가 ,60년대초 파리 비엔날레 출품작가를 중심으로엮은「60년대 현대미술전」(11월14∼23일)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운동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기획전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민간단체 이양문제를 놓고 국전출신작가회와 한국미협이 주도권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국전출신작가회는 당국에건의문을 보냈는가하면 한국미협은 대구에서 임원·전국지부장회의를 열고 미술대전은 미협이 넘겨받아야한다고 결의했다. 결국 결론은 미뤄졌다.
9월에는 81년 30회 봄국전 건축부문 대상수상자 박홍씨가 일본대학생 작품을 표절했다고 미술계에 큰파문을 일으졌다. 이사건으로「표절재판」이 열려 결국 상금(l백50만원)도 회수하고 수상기록도 말소, 일단락되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올해 미술계의 큰 경사는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씨의 33년만의 귀국이다.
백씨는 『예술은 반이 사기입니다.속이고 속는거지요. 예술이란 대중을 현혹시키는 겁니다. 예술은 매스게임이 아니예요. 페스티벌이지요. 쉽게 말하면 잔치입니다.
왜 우리의 「굿」 있찮아요. 나는 굿장이예요. 여러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도록 부추기는 꽝대와 다름없읍니다』는 멋진 어녹을 남기고 떠났다.
이경성 유준상 이일 유홍준씨등 미술평론가의 추천에 따르면 올해 좋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박생광 전혁림 이번 김태호 한만영 손상기 이숙자 송계일 안성금 송수련 엄태정 박충흠 임옥상씨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괄목할만한 국제전은 「아르누보유리명품전」(중앙갤러리)·「현대종교미술 국제전」(국립현대미술관)·「독일현대조각의 오늘13차원성전」(문예진홍원미술회관)·「독일현대미술전」 (중앙갤러리)을 들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근대미술자료전」은 자료가 빈약한 우리들에게 자료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의미있는 전시회로 꼽히고 있다.
문예진훙원 미술회관이 기획한 「84년 12개시·도미술대전 수상작품전」도 서울중심의 문화행사를 지방으로 확산시킨 좋은 본보기다.
한국정신문화원과 동산방이 함께 마련한 「관아재 조영우전」은 관아재가 풍속화가의 원조였다는 점과 선비화가도 스케치를 했다는새로운 사실을 입증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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