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저류지에 재선충병 고사목 산더미 … 장마철 2차 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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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낮 제주시 한천 제2저류지에 쌓인 파쇄목을 덤프트럭이 나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낮 12시 제주시 오등동 한천 제2저류지. 25t짜리 트럭들이 바닥에 쌓인 고사목들을 쉴 새 없이 실어날랐지만 좀처럼 양이 줄지 않았다. 3300t에 달하는 나무들이 저류지 곳곳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의 한 저류지에 고사목들이 마구 쌓여 있어 장마철을 앞두고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방치된 나무들이 한꺼번에 도심으로 쓸려 내려갈 수 있어서다. 저류지는 장마나 태풍 때 시내로 한꺼번에 빗물이 밀려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다.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저류지가 오히려 장마철 근심을 늘리는 시설이 된 것이다.

 제주도는 장마철이 다가오자 최근 고사목 수거 작업에 착수했다.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을 투입해 하루 600t씩 나무를 치웠지만 아직도 3000t 이상이 남아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4일부터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어 비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천이 범람할 경우 비로 인한 피해 외에도 유입된 파쇄목이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곳에서 고사목 4만5000여 그루를 파쇄 처리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기 위한 2차 방제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당초 제주도는 제주도 열병합발전소에 파쇄목을 연료로 제공해 왔지만 발전소 측의 거부로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하루 평균 150t의 파쇄목을 사용하는 발전소에는 이미 600일치의 나무가 쌓여 있다.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작업량을 늘려서라도 이번 주 내로 파쇄목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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