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인권 탄압을 감시하는 유엔의 서울사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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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가 어제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사무소는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을 감시하는 최초의 ‘최전방 초소’라 할 수 있다. 탈북자들로부터 인권침해의 생생한 사례를 수집하고 인권 탄압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축적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제네바나 방콕 등도 후보지로 검토됐는데 북한과 가깝고 탈북자가 많은 한국이 선택된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무소 설치는 북한의 인권탄압을 견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한 단계 진전된 것이다. 유엔이 북한인권조사위를 만든 것은 2013년 3월이다. 2014년 2월 발표된 보고서는 인권 탄압에 책임 있는 인사들을 국제 사법기구에 제소할 것과 서울사무소 같은 ‘현장 기반 조직’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 반발에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를 당국이 허용한 것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북한은 이에 항의해 광주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한다고 통보해왔다. 억류 중인 남한 국민 2명을 송환하겠다던 북한은 돌연 입장을 바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인권이 대북 압박정책과 적대정책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 탄압의 실상은 남북관계 차원을 넘어 세계가 감당해야 할 인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남한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더욱이 탄압받는 대상이 동포라는 점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북 대화를 추구하되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처해야 하는 것처럼 북한과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인권법을 만들었지만 한국에서는 이 법이 10년 넘게 국회에 갇혀 있다.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여야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결국은 한반도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걸 남한도, 북한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