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 파워게임場 된 용인 땅] 여권 핵심, 안희정씨 개입설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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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땅 거래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여권 내 파워게임 양상으로 변질되는 듯하다.

4일 1차 매입자로 드러난 강금원씨는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정치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정치를 하지 않기로 약속해 놓고 어겼다.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文수석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文수석은 "이 문제와 관련해 姜씨를 만나거나 전화를 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며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청와대가 처음부터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이 커졌다는 데 대한 불만이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이번 강금원 파문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나라종금 수사 당시 안희정씨는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 측에 구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安씨는 이에 대해 상당히 섭섭해했다"고 말했다.

결국 용인땅 거래가 불거지면서 안희정씨가 강금원씨를 통해 청와대에 화살을 돌리며 반격에 나섰다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나라종금 수사 과정에서 안희정씨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조차 허탈감과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 와서 安씨가 현 정부가 공격받고 있는 용인땅 거래 행위까지 파워게임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은 기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안희정씨는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장수천 생수사업이 대통령을 위한 사업이었음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파워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내부적 갈등이 여론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강금원씨가 文수석과 盧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송기인 신부까지 걸고 넘어졌다는 점이 곤혹스러운 듯하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할 말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과연 이런 논쟁이 참여정부 출범 1백일을 맞는 시점에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위험수위를 넘는다는 판단이 서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못박았다.

이기명씨와 안희정씨는 이날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영기.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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