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명품 키운다" SK면세점 차별화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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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쿠쿠전자의 워커힐면세점 매장. 쿠쿠는 면세점에서만 월 7000대 이상을 판매한다. [사진 SK네트웍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를 가리는 관세청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면세점 대첩’은 새로운 양상을 맞고있다. 논란의 단초는 국회에서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의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면세점 신청기업의 독과점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결과를 관세청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관세청이 이를 심사결과에 반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미 면세점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신청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안간힘이다.

 선공은 독과점 논란에서 한 발 비켜있는 SK네트웍스가 날렸다. ‘상생 면세점’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그림을 내놓으며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동대문 케레스타’를 신규 시내면세점 입지로 선정한 SK네트웍스는 22일 ‘국산명품의 세계화’, ‘K컬쳐 체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개념의 ‘면세점 3.0’ 모델을 발표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 면세점에서 타사 대비 월등히 높은 국산품 판매비중(54%)을 기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대문 신규 면세점 역시 K브랜드 전용매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6612㎡(2000평) 이상의 전용매장에 피혁과 뷰티, 의류 부문의 한국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한다. 실제 이 회사는 현재 워커힐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100여 개의 국산 브랜드 중 쿠쿠·비디비치·세라 등 약 20여 개 브랜드를 면세업계 최초로 발굴·입점시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발판을 제공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2008년 워커힐면세점 입점을 통해 면세점 사업의 첫 관문을 연 이후 다른 면세점으로까지 순차적으로 입점하게 돼 현재는 중국 관광객(유커)들의 사랑 속에 우리나라 면세점에서만 월 평균 7000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SK네트웍스는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서울디자인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600억원의 패션 소상공인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했다. 이와는 별도로 면세점 구매 고객에게 동대문 전통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증정하고 스마트폰으로 동대문 상권 정보와 이용 혜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모바일 원패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유커를 비롯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대형 쇼핑몰과 같은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 재래시장 구석구석, 작은 상점과 소규모 업체에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ICT를 통해 상생의 범위를 최대로 확장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달 발표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SK네트웍스와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신세계DF·이랜드면세점·현대DF·한화갤러리아 등 7곳이 대기업 몫인 두 장의 카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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