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땅 20일 법원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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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여평에 이르는 삼성상용차의 공장 터가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용지 부족난을 겪고 있는 대구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부지인 데다 파산절차 등으로 수년째 활용이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대구지법은 삼성상용차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9월 경매를 신청한 삼성상용차 공장에 대해 오는 20일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달서구 파산동의 삼성상용차 공장은 전체면적 18만2천평에 27개 건물이 들어서 감정가만 1천9백17억원에 달하는 대구지법 경매사상 최고 금액의 물건이다.

삼성상용차의 공장부지 및 설비는 산업은행에 근저당(1천1백34억원)이 설정돼 있다.

이번 입찰은 당초 지난달 20일 공고됐다가 대구시의 요청으로 1개월 연기됐다.

대구시는 지난달 10일 대구지법에 ‘삼성상용차 부지는 일반적인 경매 부동산 물건과는 달리 그 용도가 한정돼 있어 입찰 참가자에게 이를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며 입찰 연기를 요청했다.

성서3차공단에 위치한 삼성상용차 부지는 산업입지개발에 관한 법률과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리되며 처분 등 각종 행위가 제한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땅은 제조업을 하는 사람만이 매입할 수 있으며 경매 등에 의해 제조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취득할 경우 1년6개월 안에 양도해야 하므로 이를 입찰 참가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 부지가 가급적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용지로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경매 결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경매와 관련, 아직은 뚜렷한 원매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액과 덩치가 워낙 큰 데다 매입 후 활용에도 제한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상용차 파산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경매 신청 이후 국내 완성차업체 중 1곳이 매입의사를 타진했으나 현재는 이를 거두어 들인 상태”라고 말했다.

◇대구시 계획=시는 이 땅을 자동차 메이커가 매입해 입주하는 것을 최상의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원매자가 없는 상태여서 반도체 등 저공해 첨단기술산업이 유치되는 것을 차선책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응찰자가 없어 3차 입찰까지 갈 경우 경매를 신청한 산업은행 측이 다시 사들여 대구시에 매입의사를 타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산업은행 측이 건물부지를 제외한 나대지를 평당 80만원 선에 팔 경우, 이를 사들여 지방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해 첨단기술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시의 재정사정이 어려운 상태여서 시가 매입하는 방안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삼성상용차 부지 처리 일지>

▶1994년 5월=대구시·삼성상용차 입주계약 체결
▶ 95년 5월=삼성상용차 공장 기공
▶ 96년 8월=삼성상용차주식회사 창립
▶2000년 11월=채권단에서 삼성상용차 퇴출 결정
▶ 12월=삼성상용차 파산 선고
▶2002년 9월=채권단에서 대구지법에 경매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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