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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대앞 50m는 기업들 '입맛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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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요거트 아이스크림 바람을 일으킨 '레드망고', 한국의 커피문화를 바꾼 '스타벅스', 포테이토 피자로 피자 대중화를 이끈 '미스터피자'. 이들은 모두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 앞에 첫 매장을 연 뒤 100개 이상으로 매장 수를 늘린 외식업체들이다. 이들뿐이 아니다. 베이커리 '미고', 커피 전문점 '스타라이트', 스시바 '스시캘리포니아' 등 최근 '뜬다'하는 외식업체들이 이대 앞에서 출발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대 앞 상권은 이대 정문을 축으로 지하철 이대역까지 240m 도로와 신촌역으로 향하는 250m 도로 주변 1만8000여 평을 말한다. 정문을 바라보고 왼편이 옷가게와 보세가게 중심이고, 오른편이 외식업의 산실이다.

레드망고 주로니 사장은 "특히 이대 정문에서 이대역 쪽으로 비탈길이 꺾어지는 부근까지가 목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식업의 신화를 낳은 1호점들은 대부분 이대 정문 앞에서 시작해 비탈길 마루에 이르는 50m 안에 모여 있다.

외식업체 관계자들은 "이대 앞 1호점이 성공하면 전국 어디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에서 가장 입맛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몰려있는 데다 최신 트렌드를 가장 잘 소화하는 얼리어답터 상권이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 이용석 마케팅팀장은 "이대 앞은 소비성향이 높은 20대 여성.모방심리가 강한 10대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서울의 대표적 여성 상권"이라며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도 품질만 만족스러우면 금세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곳은 소비층의 요구사항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 한 패스트푸드 업체 관계자는 "햄버거를 시켜도 '양파는 빼고 양상추를 더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주문을 받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자 업체 관계자는 "직원을 이대 앞 점포로 가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고 말했다. 미고 정영진 사장은 "맛과 가격뿐 아니라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이라며 "이대 앞에서 성공하면서 확장을 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의 성공 비결은 입소문이다. 2003년 3월 문을 연 레드망고는 이대 정문에서 6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식 행사를 했다. 국내에선 처음 출시하는 발효유 아이스크림에 대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그 해 여름 무렵부터 손님이 몰려들었다.

이대 앞은 다국적 기업도 인정하는 상권이다. 스타벅스가 좋은 예다. 당초 스타벅스는 1호점 장소로 이대 앞뿐 아니라 압구정동.테헤란로.종로 등도 후보로 검토했지만 이대 앞을 최종 선택했다. 그리고 당시 "다방에는 세주기 어렵다"고 버티는 건물 주인을 설득해 가며 어렵사리 이곳으로 진출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실내가 아니라 거리에 들고다니며 마시는 커피인데다 종류가 다양하고 사이즈를 골라야 하는 등 주문이 꽤 복잡하다"며 "새로운 개념의 커피점을 빠르게 알리는 데는 이대 앞 만한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또 외식업체가 새 메뉴를 개발할 때 제일 먼저 들고 와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 마켓'이기도 하다. 미스터피자는 1992년 이대점에서만 포테이토 피자를 팔다 반응이 좋자 전국으로 확대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상지대 관광학부 이준혁 교수는 "외식산업이 맛과 가격보다는 분위기.트렌드를 중시하는 패션산업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 앞은 외식업계에 매력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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