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윌동안 그리던 가정에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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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10월30일 싱가포르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1년6개윌만에 귀국하게됐다.
83년 4월말 1년계약으로 싱가포르에 가 호텔신축현장에서 내장일을 맡아 하다가 6개월 연장근무를 마치고 재계약문제로 일시 귀국한 것이다.
그동안 한달에 두번씩 편지연락이 오갔고 주말마다 국제전화로 안부를 전했지만 막상 공항 입국장에서 아내의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반가왔다.
내가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막내는 중학생이 되었고 딸은 여고3년생이 되어 대입시험까지 칠 정도의 예비숙녀로 성장했다.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눈지 실로 얼마만인가. 두 아이들은 무슨 얘기부터 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내게 질문을 퍼부었다.
선물로 사온 전자손목시계를 애들의 손목에 채워주면서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이제 출국날짜가 이틀밖에 안남았다. 그동안 큰 일 두가지를 치렀다. 하나는 이제까지 해외현장에서 번 돈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것이다. 면목동에 3천만원짜리 한옥을 마련했다.
또 하나는 지난 23일 딸아이가 대입학력고사를 치른 것. 교육대에 진학해 국민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딸아이의 소박한 꿈을 실현시키기위해 사실 가족 모두가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고사일에는 우리 부부가 고사장에 나가 딸아이의 소박한 꿈을 위해 .기도룰 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아이가 『시험을 잘 치렀다』 며 환한 표정이었다. 네식구가 한식집에 가 갈비를 구워먹으며 구김살없이 웃었다. 그동안 가족나들이 한번 가지못해 안스럽던 마음이 녹아내리는것 같았다.
1년후 다시 귀국할 때는 아내와 두애들을 데리고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 못다한 아빠노룻을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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