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 백신 관리 총체적 부실…공무원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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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의 초동 대처 실패로 메르스가 확산한 가운데 가축전염병을 관리해야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구제역 백신 관리를 부실하게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구제역 백신의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농식품부는 2011년부터 구제역 백신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이를 묵살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구제역 백신과 관련한 자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5명을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하고, 27명에 대해서는 경고와 주의 등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축방역을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는 기관경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는 기관주의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농식품부의 자체 감사라 농식품부 본부에 대한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의 자체 감사에 따르면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사용중인 구제역 O형백신(O1-Manisa)과 지난 7월 경기도 안성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적합성(백신매칭률·r1)이 0.14에 불과하다는 구제역세계표준연구소의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런 사실을 농식품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백신 적합성은 보통 0.3 이상 돼야 한다.

검역본부는 또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백신보다 적합성이 높은 백신이 있는데도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 구제역 발생 이후 올 2월 구제역이 확산하기 전까지 새로운 백신도입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게다가 동물용의약품의 검정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역본부는 구제역 백신을 만드는 국내 제조사로부터 구제역 대상 동물에 대한 안전시험 및 혈청시험 결과를 제출받아야 하지만 백신원료 수출업체인 영국 메리알사의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내는 것을 인정했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에 대한 대응도 부적정했다. 2011년부터 접종을 한 구제역 백신에 대해 양돈농가들이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농식품부는 백신 부작용이 없다고만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메리알사의 실험 결과 출하단계(24주 전후)에서 육아종(granuloma·염증으로 생긴 작은 종기)가 생기는 것이 확인됐고, 지난해 5월과 10월 검역본부와 한돈협회가 공동 실시한 실험결과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농식품부 측은 “구제역 방역과 관련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직원은 관계 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며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가축질병 방역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적합한 백신을 신속히 선정하고^백신 국산화와 효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며^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상시 예방감찰 중심으로 방역시스템을 전환하는 것 등이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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