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등급 보호복 입은 지 5분도 안 돼 숨 막히고 땀 범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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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사회부문 소속 노진호 기자(오른쪽)와 박병현 기자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각각 C등급과 D등급 보호복을 입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D등급 보호복을 착용하자마자 고글에 김이 뽀얗게 서렸고, C등급 보호복의 경우 5분도 안 돼 안면보호구로 땀이 떨어졌다. [최승식 기자]

곧바로 시야가 좁아지고 행동이 굼떠졌다. 입은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땀이 속옷을 흥건히 적셨다. 물을 마실 수 없었고 완전히 벗어버리지 않고서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수 없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17일 메르스 환자 진료 의료진이 착용하는 C·D등급 보호복을 착용해봤다. 보호복은 보호 정도와 용도에 따라 A~D등급으로 나뉜다. C등급은 보통 중환자실의 메르스 환자 진료 시, D등급은 일반 메르스 환자 진료 때 입는다.

 입는 것부터 수월치 않았다. 입고 있던 옷 위로 D등급 보호복(전신보호복과 고글, N95 마스크, 이중장갑, 이중덧신)을 입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숙련된 의료진은 5분 내에 마치는 과정이다. 고글과 N95 마스크가 안면을 압박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곧바로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C등급 보호복을 입자 숨쉬기가 한결 나아졌다. 고글 대신 헬멧형 안면보호구를 썼다. 허리에 차는 전동식 호흡 장치가 깨끗한 공기를 안면보호구 안으로 불어넣어줬다. 지난 3일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D등급 보호복을 입고 36번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가 만약 C등급 보호복을 입고 있었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이 간호사는 노출된 얼굴 피부에 바이러스가 묻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C등급 보호복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은 위급 상황을 가정한 심폐소생술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바뀌었다. 인형을 대상으로 30회에 걸쳐 흉부를 압박하자 들숨과 날숨에 따라 안면보호구에 반복적으로 김이 서렸다 사라졌다. 이마에서 나온 땀이 볼을 타고 내려와 보호구 안쪽에 떨어졌다. 보호복 안에 입은 일상복이 땀을 머금자 몸은 더 무거워졌다.

 이 병원 중환자실 소속 강모(25) 간호사는 “응급 상황이 쉴 새 없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면 6시간 정도 보호장비를 벗지 못한다. 어제도 한 메르스 환자의 폐 기능이 약화돼 몸에 산소 공급 장치를 달았는데 대여섯 시간 그 일에 매달린 간호사가 실신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메르스 확진자 10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중 다섯이 중환자실에 있다. 중환자실의 의료진은 보통 3시간 단위로 교대하게 돼 있지만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이고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호복을 입은 뒤에는 오염 방지를 위해 계속 서 있어야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금지 사항이다. 미리 용변을 해결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벗는 것이 입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오염된 겉면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히 벗어야 했다. 탈의에 20분 가까이 걸렸다. 숙련된 의료진도 8~1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조모(33) 간호사는 “중환자실에 메르스 환자와 단둘이 있을 때 호흡 장치에서 나는 소리와 압박감 때문에 폐쇄공포증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글=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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