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세 자녀 언급 “각자 전문성 살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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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이 장녀인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40)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32) 대한항공 전무 등 세 자녀의 후계 구도와 관련해 “세 명 각자의 역할과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밝혔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조 회장이 후계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부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조 회장은 “덮어놓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 명이 각자 역할의 전문성이 있는데 그 전문성을 최대로 살려 능력에 맞게 트레이닝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세 명’이라고 언급한 데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의식한 듯 “스포일드된(응석받이로 자란) 아이들이 아니다. 눈물도 흘려보고 찬밥도 먹었고 고생할 것도 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에어쇼에서 조 회장은 보잉·에어버스로부터 13조원 규모의 항공기 100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여기에 조원태 부사장이 동행한 데 대해 “지금 (조 부사장을)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비행기는 마케팅·정비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할 게 많은데 협상을 하며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세 자녀가 경영 수업을 받다 상황이 바뀌어 지금은 둘만 일하고 있다”는 질문엔 “지금 여기서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 여기에선 비행기 얘기만 하자”고 말을 아꼈다.

 조 회장의 세 자녀는 한진그룹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에서 경쟁하며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도 2.5%씩 갖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회장은 “땅콩 회항이 경영상 어떤 변화를 줬느냐”는 질문엔 “소통에 문제가 있어 ‘소통 광장’을 만들었다”며 “틈날 때마다 보고 진짜 직원들이 원하는 것 중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건데 절차 때문에, 또 비용 절감 측면에서 경직돼 있는 것을 얼른얼른 뚫어주고 고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 광장’은 사내 인트라넷 익명 게시판이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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