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를 보고…박용구 <무용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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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년전쯤일까. 유니버설 발레의 예술총감독인 「에드리언·델라스」는 선화예고에서 자신이 가르친 소녀들을 영국의 로열발레학교와 모나크의 왕립 발레학교에 유학시키고 나서 그소녀들이 공부하고 돌아온 뒤의 꿈을 내게 털어놓았었다.
그들을 주축으로 직업발레단을 만들되 한국은 징병제도 때문에 남성무용수의 성장이 어려우니 외국인과의 혼성팀을 구성해서 세계진출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검은머리의 발레리나와 노랑머리의 발레리노의 콤비네이선은 미관상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델라스」는 웃었다. 8년에 걸친 그의 정열과 집념은 금년에 유니버설 발레로 선을 보이게 되었고, 제2회 공연으로 「차이코프스키」음악의 발레작품으로 무대를 꾸몄다 (11월29일∼12월2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
상연된 작품은 5편. 그중에서 『「율리시즈」의 귀환』을비롯한 3편이 그녀의 안무이고 보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려는 그녀의 만만치 않은 야심을 읽을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조지·밸런신」의 『세레나데』. 기하학적 선의 율동과 구도로 『음악을 보는 즐거움』은 40분이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또 한 작품은 「프티파」안무의 『백조의 호수』 3막중에서 『흑조의 그랑파』. 첫날 공연에서 구면인「패트릭·비셀」을 상대역으로 박훈숙의 흑조는 성장이 눈에 띈다. 연기력의 성숙이 과제로 남지만….
그뒤의 3편이 「델라스」의 것인데 『「율리시즈」의 귀환』은 모처럼의 역작이지만 열녀랄수 있는 「율리시즈」의 아내 「페넬로페」의 정절이 부각되지 않았다. 극적 구성이 약한 탓이리라.
『「로미오」와 「줄리엣」환상 서곡』에서 작자(셰익스피어)를 등장시켜 신파조 대사를 외치게 한 것은 사족.
『「로미오」…』 민병수, 『파키타』의 최민화는 아메리컨 발레 디어터의 현역을 상대로 어색함이 없을만큼 싱그러웠다. 남은 문제는 군무의 앙상블이 향상되어야겠고 하루빨리 테이프 아닌 오키스트러 반주의 실현이다.
테이프 음악은 무용수를 기계화하고 무대를 순회극단처럼 격하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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