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홍기자|몰래 올려준 목욕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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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12세사이 국민학생 연령층의 목욕요금이 할인대상에서 제외돼 종전 4백원에서 8백원으로 올랐다. 그것도 보사부가 국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업자들에게만 몰래 통보, 올려받도록해서 국민들은 또한번 배신감을 맛보고 있다.
신문사로 걸려오는 성난 목소리의 시민 전화도, 버스·지하철안에서 신문을 펼쳐든 독자들의 표정도 『그럴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믿었던 도끼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취재기자가 요금인상 소식을 29일하오 일부 시·도를 통해 확인하고 보사부 담당 L과장에게 이를 물었을 때도 『아직 경제기획원에서 결정이 안돼 우리는 모른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알려질 일을 잠깐 눈가림으로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었을까.
보사행정이 지금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이처럼 가리고 우롱해 왔던 것은 아니였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요금을 한꺼번에 배로 올려주는 것쯤은 예사로 여기는 당국의 처사 또한 횡포라 아니할수 없다.
우리사회에서 추방해야할 3대 부정심리중의 하나가 인플레심리인데 정부 스스로 인플레요인을 만들어 낸다고해서야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업자들은 현재요금이 지난80년12월 이후 4년동안 한번도 오르지않았기 때문에 일부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목욕탕 운영원가의 가장큰 비중을 차지하는 벙커C유값은 오히려 내렸다. 인상요인이 없거나 극히 적은것을 요금이 책정된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올려 준대서야 말이되지않는다.
설사 인상요인이 있었다고 치자. 어린이 할인대상 축소같은 편법을 쓰는것은 너무 졸렬하지 않은가. 극장·공원·버스요금과 같이 어린이 우대할인을 넓히지는 못할망정 유독 목욕업소에서만 철폐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40대 가정주부라고만 밝힌 한독자는 『어린이 목욕요금을 종전대로 환원시키지 않으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때 집권당후보에게는 절대 표를 찍지않을 겁니다. 저의 전화를 꼭 기사화시켜 주십시오』라고 했다.
당하고만 살수 없다는 민초의 항변이다.
국민들 손에도 사용할수있는 무기가 있음을 알리는 과시이기도 하다.
목욕탕이 달린 단독 주택이나 고급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요금인상이 별상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지못한 서민들에게는 목욕료인상이 부담일뿐아니라 그것도 몰래 올렸다는것은 시민의 권리를 무시했다는 점에서도 기분나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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