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논술고사의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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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논술고사가 실사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출제를 하며, 객관성 보장을 위한 채점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지등을 놓고 각대학별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1일 고려대교육문제연구소가 개최한 대학논술고사 심포지엄에서는 논술고사가 또 다른 유형의 국어시험이 되어서는 안되고 사고와 판단력을 평가하고 결론에 이르는 사려과정을 중요시하는 시험이 되어야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대학입시에 논술성적을 반영키로 한것은 4지선다형의 현 대입학력고사나 내신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사고능력, 표현능력, 분석능력, 종합능력등을 테스트하자는 취지에서였음은 다 아는 일이다.
문교부는 현재 출제에서 채점까지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출제는 범교과서적인 것에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논술시험 성적은 최고 10%까지 적용하면 56·7점에 이르러 대학 합격여부를 좌우할만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내신성적의 1등급 차이가 2점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논술시험의 비중은 매우 큰것이다. 수험생들을 비롯해서 교육관계자들이 이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는것도 그 때문이다.
현행 입시제도의 최대의 결함으로 흔히들 분석적 사고능력과 창의성의 부족을 꼽는다. 그런 결함을 커버하기 위해서 실시키로 한것이 논술고사지만 출제와 채점의 객관성을 어떻게 보강할것인가는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시내 어느 대학이 기본점수로 10점을 주고 복수출제를 하되 자료제시형으로 하겠다고 한것은 그 방법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다른 어느 기관에 비해서도 우수한 두뇌가 많이 모이고 따라서 합의적인 방법이나 모델을 제시할수 있는 곳이 대학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각대학이 나름대로의 기능을 총동원해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연구를 하면 수긍이 갈만한 해답이나 대응책이 나온다고 믿어도 된다.
대학별 논술시험의 실시와 함께 대학입시의 자율권 확대를 주장해온 까닭도 거기에 있다.
논술고사가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면 몇가지 논제에 대해 읽고서 쓸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고사실시의 취지로 보아 바람직한 일이다.
대학별 특성에 따라 반영비율이나 방법이 달라야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라면 나누어 써서 나쁠데 없을것 같다.
출제 못지않게 현실적으로 어려운것은 채점의 신뢰성·공정성이다. 이를 위해서 각대학은 나름대로 배려를 할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완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논술시험이 하나의 제도로 정착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예상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논술고사의 실시방법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제도가 이나라 교육발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수 없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은 그 권위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학사행정에서부터 학문연구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전은 없다.
논술시험은 그렇게 볼때 대학자율의 시금석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대학의 자율기능을 늘려주는 일은 그 권멸를 높여주는 일이며, 대학의 권위가 높아지는데 따라 대학은 보다 많은 자율을 누릴수 있게 될것이다. 대학별로 실시하게 된 논술시험을 하나의 제도로 정착시키고자율성도 신장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대학당국이 한층 힘쓸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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