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이렇게 리얼해도 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거진M]이렇게 리얼해도 되나요?
TV 드라마 ‘프로듀사’에 빠져드는 이유

TV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연출 표민수·서수민, KBS2)가 평균 시청률 10% 이상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히트작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2014, SBS)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배우 김수현이 다시 한 번 손 잡아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차태현·공효진·아이유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도 눈길을 모은다. 예능 PD, 엔터테인먼트 대표, 영화감독, 기자에게 ‘프로듀사’의 관전평을 들어 봤다.

<예능국의 속살을 보는 재미>

1~4회를 보며 기발한 기획력에 감탄했다. 방송국 예능국을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TV 드라마 제작 현장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 ‘온에어’(2008, SBS)가 떠오른다. 온 국민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TV 프로그램의 무대 뒤를 신랄하게 까발리는 재미를 그대로 이어오되 예능국의 속살을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하다. 또 ‘니마이’ 신입 PD 백승찬(김수현)의 방송국 적응기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통해, 여러 직장인의 대공감을 샀던 ‘미생’(2014, tvN)과 같은 재미를 좇는다. 여러모로 확실한 재미 요소를 영리하게 조합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네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날실이라면, 결정적 순간 예능국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애환을 진실하게 그리는 것이 그 씨실을 이룬다. 한데 네 주인공 중 유독 탁예진(공효진)이 PD로서 지닌 직업 정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시청률의 노예가 된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는 라준모(차태현) PD, 재미를 위해 뭐든 하는 예능국 안에서 진심을 좇으려 애쓰는 신입 PD 백승찬, 온갖 까탈을 부리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외로운 톱스타 신디(아이유)와 달리, 탁예진 PD는 그저 고난이 닥칠 때마다 큰소리만 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리한 드라마가 험난한 예능국에서 살아가는 여성 PD의 투철한 전문성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글=장성란 기자

<갑-을 기싸움, 이건 진짜다>

업계 관계자의 눈으로 보자면, 이 드라마는 방송국을 둘러싼 갑-을 관계를 아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수와 PD 사이에 불편한 충돌이 생겨 기 싸움을 벌이는 건 실제로 종종 있는 일이다. 대신 누가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따라 갑과 을은 수시로 그 위치가 바뀐다. 신인 뮤지션이라면 PD가 ‘갑’이지만, 대형 기획사 대표는 PD를 ‘을’로 만들 수도 있다. 아예 방송국 국장실에 드러눕는 기획사 대표도 있다. ‘프로듀사’는 단순히 이 관계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심리를 포착한다. 톱 가수 신디는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울해하고, 제작진은 프로그램 존폐 위기 앞에 끊임없이 갈등한다. 극 중 라준모와 탁예진을 비롯해 김태호(박혁권), 김홍순(김종국) 등 예능국 PD들은 실제 PD들의 다양한 성향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신디가 백승찬 PD를 좋아하는 설정 역시 마냥 과장은 아니다. 비밀에 부쳐서 그렇지, PD와 출연자끼리 ‘썸’타고 사귀는 일은 허다하다.

글=풍경엔터테인먼트 강태규 대표

<그렇고 그런 연애담 아니었으면>

초반에는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신입 PD 백승찬이 예능국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백승찬을 중심으로 예능국 전체 그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뿐 아니라 영상 편집과 팀 내 식사 주문의 법칙 같은 사소한 일과를 구경하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다. 예능국을 둘러싼 현실적 이야기를 다루겠다던 포부답게 방송국 곳곳을 훑으며 헤드 PD부터 막내 작가, 하다못해 행정반 직원 캐릭터까지 생생하게 살리는 제작진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런데 7·8회까지 보고 나니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진다. 12부작이라는 다소 짧은 회차 때문일까? 러브라인이 급작스럽게 휘몰아치듯 진행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7·8회는 거의 ‘김수현 개인기 및 매력 대방출’ 같았다. 유머 넘치는 상황 설정과 대사 같은 디테일은 여전히 좋지만, 전체적 구성이 탄탄하다는 느낌은 초반보다 확실히 덜하다. 더군다나 앞으로 남은 4부 안에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각 관계가 모두 정리되어야 하므로 러브라인 전개는 더욱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인물들의 애정 행각도 중요하지만 명색이 ‘프로듀사’ 아닌가. 온갖 특이 설정을 내세우다 막판엔 결국 그렇고 그런 연애담으로 끝나고 마는 TV 드라마의 법칙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글=이은선 기자

<‘심쿵’ 로맨스, 김수현을 믿어요>

김수현의 커다란 손이 아이유 얼굴에 쏟아지는 비를 막아낼 때 ‘심쿵’한 것은 신디가 아니라 시청자였다. 그윽한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하다가 이내 어리바리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김수현은, 순수와 섹시함이라는 양면성을 적재적소에 쓰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상대에 맞게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게 그의 강점이다. 짝사랑 상대(조윤희) 앞에선 순정파, 선배 탁예진에겐 융통성 하나 없는 ‘니마이’, 신디에겐 무심한 남자의 면모를 보이며 캐릭터에 다채로운 매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눈이 김수현을 자꾸 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이기적인 9등신 비율과 훈훈한 얼굴 때문임을 부정하지 않겠다. 목 늘어난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자체 발광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에 굴복하게 된다. 살짝 드러난 발목은 또 왜 이리 섹시해? 너무 예뻐서 성형 의혹까지 불러일으키는 입꼬리는 언제 봐도 명불허전이다. 드라마가 다소 빤하게 사각 러브라인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지만 그럴수록 확실해지는 한 가지, 멜로는 배우 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이다. 김수현을 믿는다.

글=텐아시아 정시우 기자

<탁월한 캐스팅, 배우들의 자신감>

차태현과 공효진은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갑질’하기보다는 ‘을’의 입장으로 당하는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할까. 때론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PD라는 배역을 이들에게 맡긴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좋은 한 수였던 것 같다. 어리바리한 신입 PD로 분한 김수현에게선 어떤 배짱이 느껴진다. 물론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별에서 온 그대’를 함께한 박지은 작가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작에서 쌓았던 근사한 이미지를 과감히 버렸다는 것은 놀랍다. 김수현 스스로 자신의 스타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신디를 연기하는 아이유는 앞으로가 점점 더 기대된다. 초반 장면에서 보였던 어색함은 리액션을 주고받을 상대 배우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홀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잡아가기엔 아이유의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는 연기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기본 역량은 좋은 배우 같다.

글=영화감독 신연식

<날 닮은 이들이 여기 있다>

나의 실제 삶과 극 중 라준모 PD의 삶은 50% 정도 닮았다. 회의와 편집에 시달리고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절대 남의 일 같지 않다. ‘1박 2일’처럼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일수록 PD의 책임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편집실에서 나는 거의 ‘방망이 깎는 노인’이다. 진작 편집이 끝난 영상을 만지고 또 만지기 일쑤다. 참고로 극 중에서처럼 ‘개떡같이 찍어도 찰떡같이 붙이면 된다’고 믿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재미가 없었다면 편집에서 살리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니마이’와 ‘쌈마이’는 정말 자주 쓰는 말이다. 그 말 빼면 술자리에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상 니마이’ 백승찬을 보며 내 신입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외모는 빼고. 방송국 사람들은 시청자가 웃겨 쓰러질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잠도 포기하고, 자주 아프고, 별것도 아닌 걸로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하며 죽어라 싸우기도 한다. 사실 이건 모든 직업인이 마찬가지일 테지만 말이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PD들이 힘든 상황에도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끝까지 잘 드러났으면 한다.

글=‘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2013~,KBS2) 유호진 PD

사진=프로듀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