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가려 … 목동서도 전학 오는 송도 중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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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신정중학교는 점심시간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전교생은 1400여 명인데 급식실 좌석은 360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도 70분이나 되지만 늘 빠듯하다. [최모란 기자]
신정중학교의 수업 모습. 학급당 학생 수가 39.8명으로 인천시 평균보다 8명 이상 많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신정중학교의 점심시간은 70분이다. 50분인 일반 중학교보다 20분이나 길다. 이유가 있다. 전교생이 1400명에 달하지만 급식실 좌석은 360석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년별로 식사를 해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기다려야 한다. 학교 측은 시간 단축을 위해 교사 식당까지도 내놨다. 하지만 지금도 마지막 순번인 1학년 학생들은 언제 수업종이 울릴지 몰라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곤 한다. 이재춘 교장은 “아이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방과후 수업이나 하교 시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중학교들이 과밀학급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인천 지역 중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1.7명. 반면 송도국제도시의 4개 중학교는 평균 35.1명으로 3.4명이나 많다. 신정중의 경우 반 평균 학생수가 39.8명으로 4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나마 줄어서 이 정도다. 20~30명이 무더기로 전학을 오면서 한때 이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45명까지 늘어났다. 교실에 있던 청소함과 사물함까지 빼야 할 정도였다.

 결국 학교 측은 교육청과 상의해 지난해부터 학급당 최대 학생수를 40명으로 제한하고 더 이상 전학생을 받지 않고 있다. 인근 해송·신송중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37명을 웃돌면서 운동장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처럼 유독 송도에 과밀학급이 많아진 것은 “교육 여건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송도국제도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천의 강남 8학군’으로 통한다. 2010년 선진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치원∼고교 과정의 채드윅국제학교가 문을 연 게 시작이었다. 올해 3월엔 포스코교육재단의 송도자사고가 인천의 두 번째 자율형 사립고로 개교했다.

 여기에 송도 지역 중학교들이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잇따라 서울 강남권 중학교들과 대등한 수준을 보이자 서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2년 전 서울 목동에서 송도로 온 최지영(49·여)씨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 교육 문제로 서울 강남과 인천 송도를 놓고 고민하다가 교육 환경이 강남보다 낫겠다고 판단해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7곳이 있는 초등학교와 달리 송도 지역의 중학교는 4곳뿐이란 점이다. 강원진 해송중 교장은 “일부 학부모들은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왔으니 꼭 입학시켜 달라’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는 근거리 배정이 원칙이다 보니 중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의 집값도 요동친다. 송도제일공인중개사 문형은 대표는 “송도로 이사 오는 사람들의 절반은 자녀 교육이 주된 목적”이라며 “중학교 인근 아파트의 경우 4000만~5000만원 더 비싸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6∼10월에만 송도 5개 단지에 562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시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2017년까지 송도 3공구에 중학교 한 곳을 신설하고 2018년까지 연수구에 있는 능허대중을 송도 5공구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시의회 등이 “능허대중을 이전하면 구도심이 더욱 낙후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실제 이전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박한준 송도국제도시 입주자연합회장은 “교육 여건을 보고 송도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중학교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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