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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 바르지 않고 먹는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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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물고기 등이 생성하는 자외선 차단 화학물질을 알약으로 만들어

사람들은 여름 내내 몸에 선크림을 잔뜩 바른다. 하지만 물고기나 개구리 또는 새가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고 몸에 뭔가 바르는 걸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피부를 태우지 않을까?

물고기(그리고 필경 그 밖의 다른 많은 동물)가 자외선 차단 화학물질을 만들어내 햇빛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최근 알아냈다. 가두솔이라는 이 화학물질은 과거 일부 해양동물에게서 발견됐었다. 하지만 동물이 섭식을 통해 외부에서 흡수한다고 여겨졌다. 최근까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만 그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고 알려졌다. 지난 5월 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열대어 제브라피시가 가두솔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연구팀은 그것을 생성하는 분자 경로를 찾아냈다.

“실제 물고기 스스로 가두솔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하버드대학 과학자 에밀리 밸스커스가 말했다.

이 같은 경로와 필수 유전자는 조류·양서류·파충류 같은 다수의 다른 동물에도 존재한다. 이 동물들도 거의 확실히 그 화학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고 논문 공동작성자이자 오리건주립대학 과학자 타이포 마무드가 말했다. 이는 “많은 동물이 자체적으로 선크림 생성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그가 말했다.

이 같은 가두솔 합성 경로는 미생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에서 가두솔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균류, 특히 효모에 이식하자 그 화학물질을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가두솔을 생산하는 유용하고 값싼 방법이 될 수 있다.

“햇빛 차단 화학물질의 상업화를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마무드 교수가 말했다. 이 연구에서 나올 수 있는 유형의 “효과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선크림 원료”가 보급되면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고 밸스커스 교수는 평가했다. “이 분자들은 자연 상태의 해양 환경에 매우 풍부하며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가두솔과 유사한 자외선 차단 화학물질은 ‘미코스포린 유사 아미노산’으로 불리며 역시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이는 이미 일부 로션과 노화방지 화장품에 사용된다고 마무드 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가두솔이나 거기서 파생된 합성물질을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렇게 되면 태양광선 차단 효과가 현재 가능한 수준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복용하는 선크림 정제는 로션과 달리 조깅 후 땀을 흘리거나 풀장에서 수영한 뒤 씻겨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조사를 통해 체내에 잘 흡수되는지 독성은 없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마무드 교수는 앞날을 낙관한다. “물고기 그리고 조류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이 가두솔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필시 이 화합물이 체내에 흡수돼도 안전할 듯하다. 장차 그것이 전신 보호 선크림으로든 산화방지제로든 알약형태로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더글라스 메인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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