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개혁…승려의 자질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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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 조계종은 「승단개혁」을 위한 새로운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총무원잡행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내용은 승료고시제실시, 강원학제정비, 종단행정제도 개편등이
다.
총무원은 이같은 개혁의 주춧돌이 될 법제정 및 개정안을 29∼30일 열리고 있는 정기중앙총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혁추진의 특징은 지난번 비상종단체제의 「혁명적 변혁」 추구와는 달리한 「점진적 개선주의」라는 점이다.
승과고시제의 골자는 승려경력 산하이하의 승려들에게 선교의 필수기초소양시험을 치르게해 자격미달자들을 도태시킨다는것.
강원학제정비는 각 강원의 수업연한(4년)과 수강과목을 통일시키고 영어·일어등의 외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추가하며 강원간의 전학을 자유롭게 허용하도록 했다.
고시제와 학제정비는 불교계 비리의 근본 원천인 승려자질문제를 점차적으로 정화,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중앙집권제와 교구본사중심제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할 전문위의회 구성이 종회에건의됐다.
전문위가 구성되면 설문조사를 통한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 합리적인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같은 일련의 개혁추진은 오녹원총무원장체제의 지도력을 판가름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승과고시와 강원학제정비에서의 원초적인 문제점은 조계종의 종지가 선이냐, 교냐, 선·교융합이냐는 것이다. 선종임을 강조하면서도 선방과 강원을 일완화해놓고 있는 현실은 승과
고시의 경우 난관을 면할길이 없다.
비록 미화된 이야기라 할지라도 무식한 나무장수 육조 혜능대사의 직관을 중시하는 임제종 양기파의 선맥을 이은 오늘의 조계종 선문고시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신중한 검토
가 요망된다.
따라서 선교를 조화시켜온 통불교로서의 한국불교전통을 고시제도에 앞서 새롭게 정립해야할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논란이 되고있는 조계종선문집안의 돈오와 점수시비도 결말을 내야만 한다.
가령 납승들의 시험이 선가 내전들을 통해 실시될 경우 돈오를 정도로 하는 측에서는 이를 건혜·지해라고 무시할수 있다.
강원 수강과목에는 외국어와 함께 심리학·회학등을 시급히 추가, 교리의 해석영역을 넓히는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고시에는 법계를 염격히 연결시켜 정선·중선·대덕·종사·대종사로 나누어져 있는 현재의 법계가 마구 남용돼 승단기강을 흐리고 있는 풍토도 바로 잡아야 할것같다.
이제 조계종 승단은 신도들의 분노를 더이상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도 달마조사에게자신의 팔을 찰라 바친 혜가대사의 아픔을 보이는 정화와 개혁의 몸짓을 보여야겠다.

<사진>개혁추친에 앞서 구체제와의 화해를 실현, 승단화합의 면모를 보인 오녹원총무원장(오른쪽)과 장처우전비상종단운영회의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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