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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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늙을줄 모르과저
푸르른 하늘같이
늙을줄 모르과저
눈부신 태양같이
언제나 푸르르고 눈부시게
구김없이 살과저
원로언론인 성재 이관구씨(86·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4·7언론인회장)가 작년에 지은「늙
을줄 모르과저」 (모르고싶다)라는 시조는 삶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오래살려고 애를 쓴다기보다는 다만 젊음이 충만하고 활력있는 삶을 살려고 하고 있을 뿐이야』
이렇게 말하는 성재의 인생관은 요즈음의 일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새벽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스스로 체득한 종합요가를 10분정도 한후에 집(수유동)뒤에 있는 고조병옥박사묘소까지 30분간의 산책을 한다. 다녀와서는 샤워를 하고 반주를 곁들인 조반을 든다.
그리곤 14년째 봉직하고있는 홍릉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오전내내 일을본다. 오전일이 끝나면 곧장 중림동에 있는 4·7언논인회로 가서 오후일을 본다.
젊은 가슴으로 뜨겁게 살려는 자세, 지속적인 신체단련과 쉴틈없는 분주함이 성재를 청년스럽게 해주는 원동력이다.『도덕에 어긋나지않는 한 하고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자세도 젊게 사는 한가지 방법일게야. 예를들면 술·담배같은건데 건강에 나쁘다 어떻다해서 너무 세심한 신경을 쓴다면 그게 건강에는 더 좋지않을수도 있다는 거지』
1927년 조선일보정치부장을 시작으로 서울신문주필 합동통신부사장 성대교수 경향신문부사장등을 역임하면서 격동하는 세태를 몸소 겪은 성재는 자신의 다채로운 이력만큼 주력·끽연력 또한 대단하다.
술은 수주 변영노가 쓴 『명정40년무류추태기』에 이름이 몇번씩 등장할 만큼 호주가에다 담배도 하루 2갑을 피웠었다.
그렇듯 정정하던 이옹도 작년 섣달에 위암으로 위의 반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는 건강상의 위기를 맞았었다.
『수술후에 의사가 술·담배를 삼가라더군. 내가 그랬어. 담배는 끊어보겠지만 술은 도저히 못끊겠다고』
요즈음도 성재는 매일 2홉정도의 소주를 세끼에 나누어 든다고 한다.
한국언론의 선구자로서 최근의 언론을 어떻게 보느냐고 했더니 『언론은 항상 국익에 상치되어서도, 정권에 영합해서도 안된다』는 평범한 논조와 함께 『최근의 언론이 좀 줏대를잃어가는 것같다』 고 걱정한다.
이옹은 근자에 민충정공자결유허기념비건립과 월남 이상재선생 동상건립사업으로 더욱 바쁜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관구씨(86, 4·7언론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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