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철도청 문건 진위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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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오일게이트')과 관련, 청와대.국정원.외교통상부 등이 사업 진행 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철도청 내부 문건. 청와대 외교안보위가 유전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는 내용(사진위)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관여하고 있다는 내용(사진아래)이 담겨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감사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사업 프로젝트'라는 문건을 확보,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다.

철도청(현 철도공사)과 철도교통진흥재단이 지난해 7~8월 만든 이 문건에는 "(사할린)유전사업, (임진강.예성강)건자재사업에 대해 (국정원.외통부.건교부.통일부에) 비공식적으로 양해가 되어 있으며 정책 심의 후 공식적으로 협의할 예정임"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은 또 "사할린 유전은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향후 산자부에서 주관" "북한 건자재사업의 유관기관 협의는 통일부에서 주관하여 협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청와대 안에 이 같은 이름을 가진 공식기구는 없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지현 공보관은 "국가외교안보위원회나 청와대 외교안보위원회라는 명칭의 조직은 들어본 적도 없고, NSC 내에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문건 내용처럼 유전개발 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됐는지, 아니면 일부 민간 사업자들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정부 지원이나 양해를 받았다고 철도청 관계자들을 속였는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이 모아지게 됐다.

이 문건의 작성 시기는 부동산개발업체인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씨, 철도재단, 쿡에너지, 석유전문가 허문석 박사 등이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이란 회사를 만들어 러시아 유전개발회사 인수를 추진하던 때였다.

이 문건의 '러시아 페트로사 인수사업 관련 보고' 라는 항목에는 "VIP의 러시아 정상회담 시 동 유전회사 한국인수의 정부 간 조인식 거행 예정. 방문자 명단 list-up(업무총괄-이광재 산자부 위원)"이라고 적고 있다. 국회 산자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가리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국회 산자위 소속인 본인이 따라갈 아무런 이유도, 그럴 계획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전.허씨와 왕영용 당시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 등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이광재 의원의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강수.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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