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버스 식당주인 문연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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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도곡동 세브란스병원앞 빈터에 세워진 폐차버스 서울5가76l0.
안개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새벽참을 먹으러온 운전기사들이 차안을 가득 메운다.
폐차버스를 이동식당으로 꾸민 이곳「밀밭이동분식센터」의 주인 문연자씨(41). 벌써7년째 이 영업을 해오고 있다.
7년전 철물상을 하는 남편 혼자 힘으로는 4남매의 생계가 막연해 폐차버스 식당일로 그가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된것.
『처음 폐차버스 식당을 운영할때만 해도 손님들 모두 멀미가 나서 밥을 못먹겠다고 하더군요. 요즈음은 그저 빨리 먹고 나가는 손님들이 많아 예전같은 낭만은 없는 편이죠』「한쪽손엔 김밥을, 한쪽손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우동그릇을 들고 하루종일 버스안을 누비는」문씨는 단돈l천원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식당으로 자신의 일터를 소개한다.
폐차버스 식당을 처음 시작한 곳은 여의도 증권거래소앞.
허가권을 따낸 주인 2명이 분점을 영동에 내면서 그가 영동분점의 운영권을 이어받았다.
11시간씩 6명의 아주머니가 그와함께 교대로 하루일을 보게 된다.
기본메뉴는 5백원 균일의 김밥·우동·오뎅 단3가지. 여의도살림이 회사원을 상대로 한데비해 이곳은 운전기사들이 주고객이다.
운전기사들은 1초도 돈이라고 생각하니까 그의 이동식당엔 주문→배달과정이 단30초안에이루어진다.
새벽5시, 네아이와 남편의 도시락 5개를 싼뒤 혼자 집을나서 재료준비·김밥싸기·잔돈챙기기·담배준비를 마치면 아침7시.
버스문을 닫는 밤 11시까지 버스안의 배달은 그가 도맡아 하고 있다.
『제가 벌어 애들 학원비와 차비·참고서를 매달 사줍니다. 한달 봉급을 받아 서점에 들르는 때가 가장 보람이 큽니다』 그가 받는몫은 총 이익금중 3분의1인 월40만원선.
『폐차버스 식당도 88년에는 현대 시설을 갖춘 식당차로 바뀐다니까 새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것이 요즘 문씨의 걱정이다.<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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