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장인이 한올 한올 염색한 브라, 가격이 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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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만4000원 vs 342만5000원.

전자는 지난해 국내 대졸 신입사원 평균 월급이다(369개 기업 대상, 경총 조사). 후자는 최근 이탈리아 명품 란제리 브랜드 ‘라 페를라’가 출시한 브래지어 가격(3074달러)을 원화로 환산한 값이다. 전세계적으로 부(副)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누군가는 한 달을 꼬박 쏟아 부어야 벌 수 있는 돈을, 누군가는 가슴에 두르는 셈이 됐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단순 명품, 럭셔리를 넘어서 초고가 ‘울트라 럭셔리’ 제품이 각광받는 시대에 라 페를라가 최고급 브래지어를 선보였다. 라 페를라의 이탈리아 볼로냐 작업장에서 장인들이 거위 깃털 한 올 한 올 수작업으로 염색하고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속옷이다.

앞서 미국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리’이 100만 달러(11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브래지어를 선보였지만, 이는 실제 입는 옷이라기 보다는 홍보 성격이 짙은 전시용 상품이었다. 라 페를라의 브래지어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울트라 럭셔리를 찾는 수퍼 리치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스위스 자산정보업체인 웰스X와 UBS가 펴낸 ‘2014년 전 세계 수퍼 리치’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3000만 달러(약 334억원)가 넘는 부자는 전 세계 21만1275명에 달한다. 2013년보다 6% 증가한 수치로,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30조 달러(약 3경3500조원)가 넘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 규모다. 전세계 인구의 0.004%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부의 8분의 1을 틀어쥐고 있다.

때문에 경제 상황과는 관계 없이 소비가 가능한 이들의 지갑을 잡는 것이 명품 회사 매출에 직결된다. 수지 비잔츠 라 페를라 북미 담당 최고임원은 “80대 20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20%의 클라이언트가 80%의 매출을 담당하는 상황에서 수퍼 리치를 겨냥한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퍼 리치가 급증하는 중국 시장은 라 페를라의 주요 공략 지역이다. 지난해 중국 및 홍콩 시장에서 이 회사의 매출은 42% 증가했다. 올 초 문을 연 상하이 매장에서 팔리는 주요 상품은 200달러짜리 남성 팬티와 3000달러짜리 실크 나이트가운이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부패 단속이 심해지면서 ‘은근한 사치’인 속옷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사진설명]
1. 3074달러짜리 브래지어
2. 라 페를라의 볼로냐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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