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이 어쩌다 저 같은 촌부에 자문하는 지경에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전 1시15분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제1야당이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는 저 같은 촌부(村婦)에게 자문하는 상황….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첫 회의. 경북 의성에서 올라온 임미애(49·경북 FTA 대책위원) 혁신위원의 발언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임 위원은 “당의 무능·무기력·무책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국민들은 ‘의원연합체’ 수준인 제1 야당을 너무 오래 참고 기다려줬다. 새정치연합이 사람을 키우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은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낸 뒤 “새정치연합은 폐쇄적이고 늙은 정당이다. 천천히 죽는 길만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뒤 “자멸적 안주가 아니라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며 “혁신위는 보고서를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혁신안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상견례에서 10인의 혁신위원들은 하나같이 ‘모진’ 각오를 밝혀 앞으로 혁신위 활동이 만만찮은 파장을 불러올 것임을 예고했다. 김상곤 위원장의 양 옆엔 30대인 이동학(당 청년위 부위원장)·이주환(당무혁신국 차장) 위원이 앉았다. 자리 배치도 김 위원장이 결정했다고 한다. 이동학 위원은 “(동원된) 종이 당원들의 존재는 22세에 입당해 12년째 당원인 저 같은 사람을 비웃는다”며 “종이 당원 명부를 당장 불태워야 한다”고 했다. 이주환 위원은 “30대 여성 당직자를 혁신위원으로 추천하는 데서 당직자 혁신이 이미 시작됐다”며 “김대중·노무현 정신, 당권재민만 생각하며 담대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위원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우원식 위원은 “좌우가 아닌, 아래로 가는 현장형 정당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 시작한 회의는 오후 3시에 끝났다. 첫 회의 뒤 김 위원장은 “보름에 한 분야씩 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상·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