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조작 통한 폭리등 중간상 횡포|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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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급자족적 영농이 대부분이었던 20∼30년 전에는 가격이 폭락하여 피땀흘려 재배한 농산물(특히 채소류)을 팔지 못하고 갈아엎거나 밭에 그대로 방치해 버려두는 일은 없었다.
요즈음은 사정이 달라졌다. 대도시 주변에서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근교농업이 기업규모로 영위되어 영농은 단위가 옛날과 비교할수 없을 만큼 변화를 보이고 있다.
원시사회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물물교환을 했다고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경제활동은 유통체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유통체제가 때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불합리하게 침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농촌의 생산자는 시금치 1단을 1백원 받고 중간상에 넘긴다. 도시의 소비자는 2백50원을 주어야 시금치 1단을 살수 있다. 중간의 유통과정에서 취하는 이익이 1백50원이다.
도대체 1백50%의 마진을 어느 상품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엄청난 중간이익은 누가 취하는가.
수송·보관·포장·유실 등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생산비를 훨씬 웃도는 중간마진은 불합리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예로는 「발떼기」거래가 있다. 수집상이 직접 논밭에서 선금을 약간 주고 수확기에 잔금을 치르도록 하는 입도선매식 거래다.
그런데 수확판매시 가격이 떨어지면 잔금의 지불을 거절하고 오히려 손해를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수집상들의 횡포가 허다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농산물 유통구조상 야기되는 문제중 극히 일면에 불과하다.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보면 보통 수집상·도매상·중간도매상·소매상 등 4∼5단계의 중간유통과정을 거친다. 거기에다 중간도매상들이 가격을 조작하거나 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고는 농민들의 적정소득보장은 어렵게 되어있다.
개선책으로 중간상인의 과다한 이익을 배제하고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기 위해서 우선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할수 있다. 현재 포장과 저장이 쉬운 과일류를 위주로 하는 계통출하를 농촌에서 많이 생산하는 배추·상치 등 엽채류까지 확대하면 농민들의 소득보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방안으로는 「작목반」 등의 이름으로 조직돼 있는 농민들의 협동생산 조직을 확대해 공동판매 기능까지 할수 있도록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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