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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내년 성장세 크게 위축|영 무역정책연구소 「휴·코베트」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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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2년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다른 어느때보다도 미국 한나라에 집중, 의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자체내에 많은 문제점이 있고 이들 문제점 때문에 내년도 세계경제는 올해보다 성장세가 많이 위축될 것입니다.』
영국 무역정책연구소 소장이면서 계간경제연구 전문지 「세계경제」의 주간인 「휴·코베트」씨는 세계경제전망이 밝지 않다고 전제하고 그의 얘기를 풀어나갔다.

<하역적자 부담늘어>
『미국의 무역적자는 몇년전만해도 연4백억달러 내외에서 머물다가 작년 6백90억달러, 금년은 1천3백억달러로 급증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가 거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청난 무역적자를 언제까지고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우선 이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앞으로 미국의 수입수요에 의한 경제회복은 낙관을 부허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올해 크게 늘어난 이유를 어떻게 분석할수 있을까요.
▲두가지 측면에서 요약할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미국내의 경기회복, 즉 소비수요의 증가이고 두번째는 달러화의 이상강세입니다.
미국소비자들은 물가가 크게 안정된 뒤에 「레이건」행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실질 가처분소득의 증가로 더 많은 상품구매를 할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것은 국내 산업활동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입수요의 증대로 연결된 것입니다.
-무역적자외에 미국의 재정적자 및 고금리가 세계경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무역적자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방대한 재정적자와 고금리현상입니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올해의 적자폭은 l천8백억달러 안팎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줄어들 가망은 거의 없습니다. 공공지출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대폭 증세조치를 단행해야 할 판인데 그 어느것도 경제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미치게 되지요.
미국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위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꾸어와야 하는데 그것이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있는 것이지요.
한편 고금리는 달러임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읍니다.
이렇게 재정적자-고금리-달러강세-무역적자가 서로 꼬리를 물고있는 셈입니다.
-그러면 미국의 고금리와 재정적자에 대한 대책과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으로서는 선택할수 있는 정책이 매우 제한되어 있읍니다.
우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앞서 얘기한대로 세금을 늘리거나 공공지출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그 어느쪽도 우선은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또 금리를 낮추게되면 지금껏 미국(달러화)에 집중되었던 국제유동자금이 다른데로 빠져나갈 우려가 많습니다.
미국의 고금리는 정상이 아니며 오래끌면 끌수록 개도국의 부채상황부담을 비롯해서 세계경제에 나쁜 효과를 낳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금리를 유지하고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읍니다.
-미국을 위시해서 선진공업국들이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게 쌓고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올들어 TV 등 전자제품에 대해 수입규제를 강화했는데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를 어떻게 보십니까.

<보호장벽 더 높아져>
▲국제무역상의 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실현해보자는 이상을 갖고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조직되었고 동경라운드 등 여러차례의 국제협상이 있어 왔지만 무역장벽을 낮추는 작업은 실핵를 못보고 있읍니다.
관세에 의한 수입규제도 완화된 것이 사실이나 반면 보이지 않는 장벅, 즉 행정규제 또는 교묘한 방법에 의한 시장규제 방법을 동원,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가 세계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유무역을 실현해보려는 각국 정부의 의지와 이해의 결핍입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앞으로 계속 파고가 높아갈 전망입니다.
-유럽의 경제전망은 어떻습니까.
▲유럽, 좀더 구체적으로 좁혀 말해 EEC의 경제는 미국경제의 상승세가 확산되는 바람에 지금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미국·일본에 비하면 활기가 없읍니다.
근본적으로 유럽경제의 문제점은 새로운 기술산업사회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위에다 노조의식이 뿌리깊게 깔려있어 더욱 경쟁력을 잃고 있읍니다. 내년도 유럽의 경제도 역시 미국경제의 영향을 받아 감속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읍니다.
-일본경제, 그리고 아시아권의 이른바 신생공업국그룹(NICS)의 경제전망은.
▲세계경제를 짚어볼때 가장 낙관적인 지역이 바로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NICS들입니다.
그 지역은 서구와는 달리 활력이 넘치고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룩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서구경제를 괴롭히는 노조의식도 없읍니다.

<활기있는 한국경제>
아마도 일본은 90년대 후반쯤 경제력에서 미국을 앞지를 것이고 한국은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경제력을 확보할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한국 경제를 가서 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다이내믹」-활기가 넘친다고 말할 수 있읍니다.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고 모두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읍니다.
한국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데 좀더 능동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수입을 자유화할 것을 충고하고 싶습니다.
일본식으로 수출만 늘리려고 들면 저항을 받을테니까요. <끝>
「코베트」씨 약력
▲호주출생(48세) ▲호주애들레이드大卒(정치경제학전공) ▲63∼65년 영국선데이 타임즈지 경제담당기자 ▲65∼68년 영국 더 타임즈지 경제해설기자 ▲68년 「해리·G·존슨」(전시카고대경제학교수)과 함께 무역정책연구소 설립 ▲현재 무역정책연구소장겸 「The World Economy」 편집국장
◇저서
▲Trade Strategy & Asian-Pacific Region(1970)
▲In Search of a New World Economic Order(1974) 외 다수

<대담=이제훈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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