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100일] 정치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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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여야 상생정치와 강력한 정치개혁을 표방, 국민에게 새 정치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지난 1백일은 그러한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히려 몇차례 시도되던 여야 대화정치는 국정원장 임명문제로 야당과 정면 대치하는 대결정치로 후퇴, 실망을 안겨줬다. 정당.정치개혁은 여전히 구호만 난무할 뿐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의 의회 장악과 사당화(私黨化)문제를 개선하겠다는 탈(脫)정당정치 실험은 나름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盧대통령이 당.정 분리원칙을 고수하며 당무와 거리를 두자 집권 민주당은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 정치판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당화 문제는 한국 정치의 최대 고질 중 하나로 꼽힌다. 그걸 고치겠다는 盧대통령의 의욕이 결실을 보게 될지 관심사다.

정치.행정 분야에서 현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다고 평가된 항목은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이다. 여론조사 결과 전문가의 34.3%가 그 항목을 꼽았다. ▶정경유착 근절(19.2%)▶책임총리제 도입(18.2%)▶지역구도 타파(15.2%) 노력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반면 '잘하고 있는 정책이 하나도 없다'는 답변도 7.1%를 차지했다. 전문가 상대의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정책으론 인사정책(46%)과 정당.정치개혁(14%) 등이 꼽혔다.

개혁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발탁하는 과정에서 '코드 중시'가 지나쳐 전문성과 경험부족이 자주 노출됐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민주당 내의 개혁적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52.2%)이 바람직하다(20.1%)는 의견을 압도했다. 민주당의 거듭된 내홍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의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23.4%로 한나라당(19.2%)을 앞서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 후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생수회사 '장수천'투자와 진영 땅 실 소유주에 대한 盧대통령의 해명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았다(56.3%)는 반응이 충분했다(30.9%)는 평가를 크게 앞질러 2일 회견에서 격앙된 톤으로 언론보도에 불만을 터뜨린 盧대통령이 과연 국민 정서를 잘 읽고 있는지에 의문이 들게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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