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안 해본’ 일본男들, 여성 누드화 그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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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사카이 다카시(酒井 隆·41)는 번듯한 직업과 매력적인 미소를 가진 훈남이다. 하지만 아직 성경험이 없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늘고 있는 ‘한 번도 안 해본’ 중년 남성 중 한 명이다. 사카이는 지금까지 여성과 어떤 교제도 해본 경험이 없을뿐더러 계획도 없다.

“여자 친구를 가져 본 적 없다. 생기지 않는다.” 사카이는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을 동경한다. 올바른 방향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2005년 미국 할리우드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원제 The 40-Year-Old Virgin)’가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0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30대 미혼남성의 약 25%가 숫총각으로 밝혀졌다. 일본어 ‘하지 않은(야라스·ヤラず)’과 ‘30대(미소지·三十路:みそじ)’를 더한 신조어 ‘야라미소’까지 등장했다. 숫총각 수치는 92년 비슷한 조사보다 3% 늘었다.

일본에서 숫총각의 증가 시기는 경기 침체기와 겹친다. 이 시기 주식시장과 자산 거품이 꺼진 뒤 경제 성장은 뒷걸음쳤다.

일본의 결혼 문제 전문가 이타모토 요코는 “안정적인 정규직을 찾느라 애쓰는 일본 남성에게 경제적 거세가 일어났다”며 ”많은 남자들이 경제적 근육을 잃자 자신감까지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49세의 건축가는 여성과의 감정적 육체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무기력에서 고통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생에서 단 두 차례 여성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처음은 20대 중반이었고 나중은 20년이 지나서였다. 두 여성 모두 그를 거절했다.

AFP와 인터뷰에서 그는 “상실감이 컸다”며 “삶의 의미를 잃었고 살 이유도 사라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차례 실연을 겪으며 그는 급격한 체중 감소를 겪었다. 이제 ‘무경험 싱글’로 여생을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빠져있다.

이를 방증하는 국제 통계도 있다. 일본인들이 다른 선진국보다 성생활 빈도가 적다는 수치다.

일본의 2010년 통계에서 18~19세의 68%가 ‘무경험자’로 조사됐다. 콘돔 제조업체인 듀렉스사 조사 결과 유럽인의 ‘무경험’ 비율은 같은 또래의 일본보다 15~2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세가 될 때까지 성경험이 없는 독일 청년은 20% 미만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터키조차 37%다.

장애인에게 성적 도움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화이트 핸즈’를 운영하는 사카즈메 신고는 “오늘날 일본에는 성생활을 배우거나 이성과 교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성적 성숙이 사회적 성숙을 의미한다”며 일반인을 상대로 파트너를 찾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제공하는 ‘버진 아카데미’란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버진 아카데미’에 등록한 사카이 다카시는 누드화 클래스를 수강한다. 참가자들이 여성의 육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사카이는 “지난해 가을 처음 누드화 강좌에 참석했을 때 무척 놀랐다. 모델의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배운 것은 가슴과 생식기의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머지 인생 동안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비관적일 필요 없다. 동정이 치명적인 병은 아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사진설명]
1. 스티브 카렐과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주연한 2005년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한 장면 [사진 중앙포토]
2. 여성의 신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버진 아카데미’에 마련된 누드화 강좌에 참석한 중년의 ‘숫총각’들이 누드 모델을 그리고 있다. [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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