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돈오와 점수는 둘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준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10보(114~125)=몇몇 바둑애호가들과 천재들의 감각과 수읽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읽기를 위해 감각을 버렸다’는 오래 전 조치훈의 말이 화제가 됐다.

 1962년 여섯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산케이홀에서 열린 기타니(木谷)도장 일문 백단돌파 기념식장에서 임해봉 6단과 대국하게 됐을 때 보호자였던 큰형 조상연 씨가 이 건방진 바둑신동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였다. “상대가 둘 때는 팔짱을 끼고 있어라.”

 상대가 누구건 감각적으로 뚝딱 둬버리는 조치훈의 버릇을 고치려고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는데 명인의 재목으로 인정받던 청년고수 앞에 팔짱을 낀 채 오연히 앉은 깡마른 꼬마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랬던 꼬마가 나이 스물넷에 명인이 되더니 대삼관(기성, 명인, 본인방)타이틀전을 이틀에 걸쳐 두는 일본에서도 첫손가락에 꼽는 장고파가 되었다.

 사실, 천재들의 감각이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수련으로 체화한 수읽기의 정수라는 점에서 조치훈은 말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훗날, 그 말을 들은 춘천의 소설가 H는 “돈오(頓悟)와 점수(漸修)가 둘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겠다.”며 이마를 쳤다. 125는 경쾌한 맥. ‘참고도’ 백1이면 흑2 이하 6까지.

손종수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