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곳곳의 환자가 몰려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의 2차 유행이 시작되는 조짐이 나타남으로써 이젠 메르스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없다고 봐야 한다. 전국에서 이 병원 응급실에 왔던 환자와 의료진 893명이 메르스에 노출됐고, 부산의 1호 확진환자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지인을 간병했던 사람이다. 메르스가 수도권을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모든 지자체장들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북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순창군은 지자체가 메르스에 대응하는 모범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순창군은 첫 환자가 발생하자 황숙주 군수의 지휘 아래 환자가 사는 마을 자체를 봉쇄했다. 최종 확진 판정 후엔 매일 4개 조가 두 차례씩 전체 마을 주민들을 방문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밀접 접촉자 48명에 대해서는 일대일로 담당자를 정해 관찰하고, 누락자를 찾아내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긴급 대응책을 마련했다. 황 군수는 직접 격리 중인 마을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군 예산으로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생필품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긴급생계비 지원과 적기 영농을 위한 일손 돕기 등 생활안정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통제’와 ‘안정’ 대책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와 충북 충주시는 최근 중앙정부가 요청한 격리병상 제공 및 격리대상자 수용 시설을 자신들은 ‘청정지역’이라며 거부해 비판을 받고 있다. 메르스는 아직 병원 내 감염에 머무는 수준이며 지역 감염은 없다. 하지만 이미 3차 감염 2차 유행으로 확산되고 있고,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청정지역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이기심을 누르고, 질병을 조기 차단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모두 힘을 합치는 것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느 때보다 각 지자체장들의 능동적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