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 난민의 눈물, 국제사회가 닦아줘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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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호 14면

“난민관리국 여러분, 안심하세요. 제가 사라지면 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야, 고맙다. 여권과 비자도 없는 나를 받아줘서. 물고기들도 고맙다. 내 종교나 정치적 성향을 묻지도 않고 내 시신을 처리해 줄 테니. 언론인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내 죽음을 세상에 알려 주실 테니까요. 다시 한번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저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한 달 전 지중해에서 침몰한 난민선에 탔다가 숨진 한 시리아 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유서의 일부다. 이 글은 그가 익사하기 직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전쟁과 종교적 차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려는 난민들의 무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조국, 시리아의 상황도 유사하다. 시리아 국민은 4년 넘게 끌어온 내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체 인구 1800만 명 중 350만 명이 주변국으로 탈출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힘겨운 삶을 겨우 견뎌내고 있다. 이 중에는 조국을 떠나 천대받는 난민으로 전락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이 폭격을 받는 바람에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 서류가 모두 불타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변국으로 탈출했더라도 삶이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아예 유럽 등 시리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유럽으로 건너가기 위해 북아프리카로 향한 난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인신매매를 일삼는 갱단이다. 이들은 작고 낡은 선박에 수백 명의 난민을 태워 지중해를 통해 유럽 남부 해안으로 보내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수의 배가 표류하다가 침몰하곤 한다.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8만 명이 지중해에서 구조됐다. 배가 침몰해 목숨을 잃은 난민 수는 3000명이 넘는다. 운 좋게 유럽에 도착하더라도 난민들은 수용소에 갇혀 지내거나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

 난민에 대한 대우도 공평하지 않다. 기독교도들의 경우 쉽게 받아들이지만 이슬람교도는 배척하기 일쑤다. 또 유명 인사나 전문 인력들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가난한 일반인들에게는 테러 위협 등을 구실로 문을 닫는다. 이는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행위다. 유엔 헌장은 ‘생명의 위협을 받아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국적·인종·종교 등에 관계없이 이주를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시리아 내전에 책임을 져야 할 권력층 인사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합법적으로 난민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당하게 축적한 부를 기반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 거주권을 얻는다. 지중해에서 죽어 가는 많은 시리아 난민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금 난민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태도는 마치 불길 속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를 꺼리는 소방관의 모습과 유사하다. 난민들을 보고 일시적으로 동정의 눈물을 흘리기보다 실질적 대책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압둘와합 알무함마드 아가 동국대 법학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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