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 선불제 실시 1주일|준비부족으로 "북새통 승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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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토큰판매소 확충, 동전환전기의 자동화, 차체구조의 개선 등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버스요금 선불 제를 실시하는 바람에 정류장 혼잡과 불평이 심하다고.
7일로 이제도 실시 1주일을 맞았으나 계몽이나 홍보가 부족, 오랜 승차습관에 젖은 시민들이 뒷문으로 타려다 안내양과 시비를 벌이는가 하면 동전이나 토큰준비를 안한 승객들이 거스름돈을 놓고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등 오히려 운행 정체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출입문은 좁지요, 문턱은 높아 제대로 들어설 수 없는데도 뒤쪽에선 승객들이 밀어 붙이지요, 이런 난리 통이 어느 곳에 있읍니까.』
출근길 북새통에 버스 2대를 잇달아 놓친 회사원 김철규씨 (42·서울 청량리2동)는 요금 선불 제에 분통을 터뜨린다.
◇자체구조=현행 시내버스는 구조상 뒷문에서 타고 앞문으로 내리도록 설계돼 있어 앞문에서 요금은 내고 뒷문으로 내리는 선불 제에는 적합치 않다.
앞문의 폭이 76cm, 뒷문의 폭은90cm로 앞문 출입구가 뒷문보다 15cm나 좁은데다 입구에 엔진덮개까지 가로막혀 출입이 불편하기 때문.
『좁고 가파르고 문턱을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낮은 요금 통에 요금을 내려니 허리가 아파요.』
이용순씨(64· 여·서울 시흥동) 는 요금선불제의 혼잡 속에 안내양이 부축해 주는 친절도 함께 사라져 노인들이 버스 타기가 겁이 난다고 발했다.
◇토큰판매소 부족=『5백원 짜리를 내니 운전사가 잔돈이 없다며 내리라고 하더군요. 태릉 경찰서 앞 정류장엔 아무리 찾아봐도 토큰판매소가 없어요. 』출근길이 바쁜 남정은씨 (38· 여· 서울묵2동)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껌 (1백30원 짜리)을 한 통 사고 잔돈을 바꿨다는 불평이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토큰판매소는 2천4백 곳. 3천2백여 곳의 정류장 중 25%에 토큰판매소가 없다.
『밤늦게나 새벽엔 토큰판매소가 문을 닫아버려 있으나마나 예요. 토큰 자동판매기를 여러 곳에 설치해야 요금 선불 제에 불평이 없어질 겁니다.』박정숙씨(32· 여·서울 성산동)는 당장 토큰 자동판매기나 환전기의 설치가 어려울 경우 노점 판매상이나 환전상을 많이 두어 승객들의 불편을 덜어 줄 것을 기대했다.
◇거스름돈 시비=『l백50원이나 2백원을 내고도 50원을 거슬러 주지도 않으며 운전사에게 도리어 무안을 당하기 일쑤니 이런 제도가 어디 있읍니까.』회사원 송전채씨 (30) 는 운전사에게 거스름돈을 요구했다가 『토큰을 내면 될 것 아니냐.』 며 무안을 당했다며 서비스부재를 고발.
김영선씨 (43· 회사원· 서울서초동) 는 『일본의 경우 버스 안에도 동전자동교환기를 설치해 승객들이 마음놓고 탈 수 있도록 한다.』 면서 자동 환전기를 설치할 때까지 운전사나 안내양이 거스름돈을 바꿔주도록 제도서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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