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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다 「실적」보고 표 던져|지난 4년 국제적인 좌절없어|국민들 자기도취,쟁점 못가려|「레이건이후」겨냥…후보경쟁 치열해질 듯|레이건압승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대통령선거는 예상대로「레이건」대통령에게 압도적승리를 안겨줬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큰 쟁점없이 처음부터 현지대통령이 크게 리드하는 가운데 진행되었기 때문에 표면으로만 보면 미국내에 통일된여론이 큰 물결을 이루고 있는것처럼 보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지에서 볼때 이번 선거는 「레이건」4년이 몰고온 미국인들의 일종의 자기도취의 분위기때문에 마땅히 거론되었어야할 쟁점들이 묻혀 버린 느낌이다.
AEI연구소의 「윌리엄·슈나이더」박사는 「레이건」대통령이 거둔 압승은 미국 유권자들이 「레이건」이나 공화당의 정책이념에 호응해서라기 보다는 「레이건」행정부의 실적을 실용주의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정책이야 어떻든간에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에대해 유권자들이 「레이건」압승으로 보상해주었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분석은 미국선거에 미치는 복합적인 요인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흠은 있지만 이번 선거에 나타난 하나의 큰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열쇠를 제공해준다.
그 수수께끼는 진보파 청년층이 보수주의의 화신처럼여겨지고 있는 「레이건」을 강력히 지지했다든가, 실직자가실직의 원인인 「레이건」을 지지했다든가, 「레이건」이 표방하는 외교정책에 회의를 품은 지식인층이 역시 「레이건」에게 표를 던진 일반적 투표현상을 두고하는 말이다.
물론 「레이건」을 재선시킨 다수표속에서 이들 수수께끼의 주인공들이 차지한 부분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소수」의 지지없이는 그의 승리가 압승으로까지 가기어려웠다는 점에서 이들이 가진 정치적 의미는큰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레이건」의 지난 4년 집권중에 월남전과 같은 큰전쟁도, 워터게이트사건 같은 국내정치상의 충격도, 이란 인질사건과같은 국제적 치욕도, 오일쇼크같은 경제적 타격도 겪지 않은것만으로도 「실패」로끝난 「존슨」, 「닉슨」, 「포드」, 「카터」등 연이은 4대통령에 비해 「레이건」1기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집권초기에 13%에 달하던 인플레율을 4%로 내리고 82년의 극심한 불황을 다시 회복시킨 결과가 미국인들의 낙관주의를 되살려 놓았다.
정치토론과 유세를 통해서「레이건」대통령이 내세운것도 미래에 대한 자신의계획 보다는 지난4년의 실적이었다.
따라서 국내문제뿐 아니라 미소관계, 핵무기 제한 문제, 국지분쟁에 대한 무력개입여부등 중요한 외교문제에대한 「레이건」대통령의 계획을 잘 알지도 못한채 유권자들은 「레이건」대통령에게 압승의 관을 씌워준 셈이다.
한편 지난 다섯번의 대통령선거에서 「카터」때를 빼고는 네번이나 참패를당한 민주당에서는 지도층 개편이 따를전망이다. 「먼데일」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는것과 때를같이해서 민주당의 상징처럼되어있는 「토머스·오닐」하원의장도 86년에는 은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을 지도자로서는 대통령예선전에서 두각을나타냈던 「게리·하트」, 「에드워드·케네디」상원의원, 「마리오·쿠오모」뉴욕주지사등이 거론되고있다.
한편 공화당에서도 88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후보 경쟁이 「조지·부시」부통령, 「하워드·베이커」상원의장, 「봅·돌」상원의원간에 치열하게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86년의중간선거는 「레이건」이후시대를 겨냥한 정치활동의 흥미로운 서막이 될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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