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색다른 세상] 화해하고 싶을 땐 노란색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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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는 4월. 껍질을 뚫는 고통을 잊고 새로운 시작과 새 생명을 꿈꾸는 계절이다. 황량했던 산야는 벌써 화사한 봄 옷으로 갈아입었다. 콘크리트 숲 속에서도 목련이며, 벚꽃이며, 개나리들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있다. 겨우내 '푸르름'을 과시하던 꽃집들도 '화사함'으로 단장했다.

꽃들은 저마다 색깔로 사랑을 손짓한다. 빨주노초파남보-어디 아름답지 않으며, 사연 없는 색깔이 있으랴. 고유한 '퍼스널 컬러'로 관심과 선택을 노린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터다. 지구에 60억 인구가 산다면 60억의 '퍼스널 컬러'가 있는 법. 나쁜 색이란 없다. 다만 개인의 취향이 다를 뿐이며, 서로 조화의 문제일 것이다.

거리에는 봄이 왔지만 과연 집안과 가정은 어떤가. 아직도 웃음꽃을 시샘하는 을씨년스러움에, 해 넘긴 갈등에 우중충한 껍질을 벗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데, 그 핵심은 부부 간의 사랑일 것이다. A부부는 결혼한 지 10년이 됐고,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에서 아내는 아이 문제로, 남편은 직장 문제로 고민이 쌓이면서 부부관계가 소원해졌다. 이 봄에 A부부 가정에 웃음꽃을 피울 수는 없을까. 미국 속담에 '마누라를 바꾸느니 차라리 벽지를 바꾸자'는 말이 있다. 실용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누구와 살더라도 사소한 다툼과 매너리즘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렇다면 분위기와 환경을 바꿔 마음에 변화를 주라는 지혜이리라. 이 경우 잡지에서는 '핑크빛 네글리제를 입고 침대에서 기다리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핑크라고 만병통치는 아니다. 핑크빛 진달래의 꽃말이 '사랑의 희열'이라지만 가신 임 무덤 곁에 핀 진달래꽃은 오히려 안타까움과 처연함이다. 무작정 핑크를 택하기보다 나름의 '퍼스널 컬러'를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퍼스널 컬러는 본인의 얼굴색이나 분위기를 가장 밝고 화사하게 해 자신도 모르게 얘기를 걸고 싶게 해 준다. 개인의 아름다움을 200% 발휘하는 자기만의 컬러인 것이다. 가정에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자신에 맞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하고 알아두자. 색은 아는 만큼 효과를 본다. 물론 기본적인 색의 포인트는 핑크나 보라, 빨강이다. 모두가 '사랑'을 함축하고 있다. 보랏빛 제비꽃은 '진실한 사랑', 바이올렛은 '영원한 사랑'이 꽃말이다. 붉은 달리아는 '당신의 사랑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속삭인다. 이들 색깔을 침대 옆 장식이나 베개 커버로 활용해 보자. 어느 순간 남편이 돌아올 것이다.

미혼인 B커플. 지난 겨울 스키장에서 한판 사랑싸움을 치렀다. 화해가 될듯 말듯 두 달이 지났다. 지속적인 관계에 금이 갈지도 모를 일이다. 화해할 의사가 있다면 먼저 솔직해지자. 정직과 결백함의 대명사인 흰색 중심의 코디네이션이 효과적이다. 크림 옐로의 힘도 이용하자. 옐로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 아니던가. 샛노란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과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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