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이런 한심한 위생 수준으론 메르스 못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이렇게 확산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생 수준이 아직 낮다는 증거다. 특히 병원 위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첫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만 20여 명의 2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만약 의사가 최초 환자에게 중동에 다녀왔는지를 확인하고, 보호복과 의료용 마스크를 쓴 채 진료를 했더라면 메르스가 이렇게까지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방 수칙은 무너졌고 병원 위생 수준은 열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에서 메르스에 대한 적절한 감염 예방과 통제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중동에서 알려진 모든 유형의 병원 내 메르스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HO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적절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도 병원 내 감염 관리를 강화하면서 환자 수가 크게 줄었다. 결국 메르스를 잡으려면 병원 내 위생과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병원 감염 관리는 고질적 문제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 감염 건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병원의 위생 수준은 한심한 상태다. 한국은 1인실보다 5~6인실 위주로 돼 있다. 한 병실에서 환자, 환자 가족, 간병인 등 10여 명이 뒤엉켜 있다. 전염병 환자가 입원해도 격리를 시킬 인프라가 부족하다. 의사도 가운만 입은 채 병원 내외를 돌아다닌다. 이런 위생 수준을 방치하면 병원이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병을 확산시키는 곳이 될 수 있다.

 개인도 철저한 위생 관리를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호흡기 질환이 생기면 사람 접촉을 되도록 피해야 하고 외출할 땐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할 때는 옷소매,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외출하거나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항균제나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자신은 물론 남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이다. 우리 사회의 위생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사태가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