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조심스러운 백, 두터운 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준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9보(101~114)= 중앙 백 대마는 살렸으나 좌하귀가 다급해졌다. 102는 선수라기보다, 복서가 두 주먹을 들어 안면을 보호하는 자세와 같은 것. 이를테면 급소다. 그냥 손을 뺐다가 거꾸로 흑A를 당하면 형태의 균형이 일거에 무너진다.

 103으로 꽉 이어둔다. 흑으로서는 반드시 받아줘야 할 선수는 아니지만 점잖게 받아주기만 해도 집으로 득이고 ‘호랑이를 산에서 내모는’ 계략으로도 타당하니까.

 104의 보디체크. 얼핏, 보기에 미식축구 선수의 거친 몸통공격을 연상시키는 이 수는 사실, 매우 사려 깊은 수다. 겉보기와는 달리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이 장면에서 자칫, ‘참고도’ 백1로 뛰어나가면 흑2로 하나 치받아두고 흑4로 슬쩍, 끼우는 비수가 있다. 속수무책이다. 어떻게 해도 봉쇄를 피할 수 없고 승부도 여기서 끝나버린다.

 흑은 급할 일이 없다. 105의 두터운 꼬부림이 현재의 형세를 대변해준다. 백이 어떻게 움직이든 흑은 두터움만 유지하면 절대 지지 않는 전황. 탕웨이싱의 손속은 급하다. 실리도 부족한데 도처가 바쁘다. 106부터 110까지, 흑 일단을 납작하게 눌러두고 내친걸음, 112까지 선수한 뒤 114로 틀을 갖추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