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남을 전당」의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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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시대의 문화예술을 총괄·발전시킬 새예술문화 공간의 청사진이공개되었다.
문공부가 「예술의 전당」과 「국립국악당」의 세부 건립계획을 확정, 발표한 것을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선진화의 구심체적 역할을 담당할 이 문화공간의 자부와 긍지가 자못 큰 것을 알수가 있다.
80년대 한국인의 꿈과 긍지가 담긴 기념비적 문화시설로서 앞으로 당면할 88서울올림픽 문화행사를 치를수 있는 국제규모의 시설이 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당연할 것이다.
민족의 진취적 기상과 미래지향의 비전을 응축시킬수 있는 종합문화센터의 실현이 오히려 특수하게 어려운 시기에 흔히 이루어졌던 것도 상기하게 된다.
영국은 2대전 직후 빈곤속에서도 로열페스티벌 홀을 짓고 80년대 들어와 새로운 영국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2천4백억원을 들여 바비칸센터를 지었던것도 타산지석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의「예술의 전당」이 국민의 문화생활을 윤택하게 하맞데 공현하는 것이어야한다는데 주의해야겠다.
우리의 문화예술 창조활동과 우리의 문화복지 생활에 기여하는 문화예술 공간이 현실적으로 너무나 빈약하다는 인식에서 이를 타개하는데 큰 몫을 다하게 된다는 기대다.
그 때문에 6백억원이란 예산을 들여 짓는 이 문화시설이 다만 「예술의 전당」이란 건조물로 남기기보다는 국민의 실제생활에서 긴밀하게 숨쉬는 장소가 되어야한다는 요구를 하고 싶다.
건물만 덩그렇게 짓고 기능면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든가, 시민의 삶의 숨결이 외면되는 고립된 장소의 특성만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민족자산의 낭비가 되기 쉽기때문이다.
부지가 서울남단의 미개발지역으로 정해지고 건물의 외형이 한국적인 것의 상징을 강조해서 부채와 갓모양으로 정해졌다는것은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어려움 없이, 또충분하게 문화생활을 향유할수 있는기능이란 점을 재차 강조한다.
청사진을 그릴때 주위환경 여건도충분히 참작했겠지만 주변환경과 조화된 건물이 되고, 또 예술 각분야의 전문적인 기능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조화될수 있도록 실제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완성을 기해야 하겠다.
과거 국립극장 건물이나 중앙박물관 건물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건물의 외양만 중시하고 건물기능을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조화를방지하기 위해 감리의 철저도 기해야겠다.
그리해서 이 예술의 전당이 우리시대의 대표적 건조물로서뿐 아니라 시민예술의 친근한 공간으로서 역사에 길이 남게 하려는 사명감도 가져야겠다.
문화예술은 문화예술인만의 것이아니고 모든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예술의 전당이 시민의 공간이 되고 놀이터가 되며, 자료관이 되고 정보소통의 핵이 될수 있도록 갖가지로 유의되어야겠다.
예술의 전당의 착공을 앞두고 만의 하나라도 견누를 남기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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