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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부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 유명 기업인이 구속되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외화유출과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가 드러난 때문이다. 그 혐의사실을 제보한 것은 무기명의 진정서.
그 진정서엔 76만달러의 외화유출사실이 기록되었으나 당사자는 41만여달러 부분만 자백했다는 보도다.
그 혐의문제는 앞으로수사에 따라 밝혀질 일이지만 그것을 고발한 그익명의 투서가 기괴하다.
투서가 감춰진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는 점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공헌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얼굴을 가린 익명의 투서자들은 사회의 신뢰기반을 더 좀먹는 수가 많다.
애매한 사람을 궁지에 떨어뜨리고 뒤에 숨어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고약한 무고자도결코 적지는 않다. 근년엔 직업적「무고꾼」까지 등장하고있다.
더구나 이번처럼 투서가 회사안의 사람이란 혐의가 짙을 때는 더 황량한 느낌이 든다.
회사라느 조직이 내분으로 분열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아니라 자기 살을 뜯는 자해행위처럼 안쓰럽기도하다.
언젠가는 한 회사의 간부가 자사의 비위 기밀을 폭로하겠다며 엄청난 돈을 갈취했던 사건도 있었다.
특히 이번 유명 기업인의 경우 부자 쟁투가 이 사건의 밑바닥에흐르고 있는것 같다.
더우기 부자사이의 싸움으로 혈내을 해하는 투서가 횡항한다면 그사회의 위험도는 넉넉히 짐작할만 하다.
북한공산정권은 「아바이동무」를 고발하는 철모르는 소년들을 용감한 소년으로 포상하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들린다.
그런 무서운 사회에 못잖은 사례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벌어지고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논어』자로절에는 유명한 대화가 나온다.
섭공이 공자에게 『우리 고장의 곧은 사람중에 아버지가 양을 훔쳤을때 자식이 고발한 사람이 있다』고 자랑했을때 공자는 『우리 고을의곧은 사람 (직궁자)은 그와는 다르다』고 반론했다.
『어버이는자식을 위해 숨기고, 자식은 어버이를 위해 숨기면 곧은 것이 그 가운데 있다』(부위자은 자위부은 직재기중의).
인간의 인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임을 공자는 갈파한 것이다.
오늘에 이르러 우리는 도덕적 가치기준을 상실하는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사람의 도리를 잃고서 한가정과 한 사회, 한 나라가 바로되기를 바라기는 어려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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