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原乳 버리기' 시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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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우유 감산정책에 항의, 전국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이 납품을 거부하고 원유(原乳)를 도로에 버리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진흥회 소속 전국 낙농가 대표 50여명은 2일 대전시내 한 호텔에서 '집유농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류중수.50)'를 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 측은 "폐업 및 생산 감축 정책을 진흥회 소속 농가에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반 낙농가를 포함한 모든 낙농가를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차등 가격제로 인한 진흥회 소속 낙농가의 손실도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유 거부 및 원유 폐기 시위를 계속하는 한편 상경 시위와 도로 점거 농성 등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우유 감산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낙농가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시위 확산=전남 나주지역 진흥회 소속 낙농가 1백여명은 2일 나주시청 앞 광장에서 원유 1백여t을 자진 폐기하는 등 집유 거부 시위를 4일째 계속했다.

이 때문에 나주 시청 앞 도로 1백여m가 원유로 뒤덮였다. 충남 당진.홍성.연기군의 진흥회 소속 2백여 낙농가도 하수종말처리장 등에 원유를 버리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대책위 측에 따르면 이날 전북 고창, 경남 사천.진주 등 전국 11개 시.군에서 원유 폐기 시위가 진행돼 1천5백t(10억원 상당)을 진흥회에 납품하지 않고 폐기했다.

◆반발 원인=정부는 우유 수급 안정을 위해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전담 수매하는 낙농진흥회를 1999년 1월 발족시켰다. 그러나 전국 낙농가의 30% 가량이 진흥회에 가입하지 않고 유가공업체 소속으로 남겨진 상태에서 생산 과잉으로 원유가 남아돌자 지난해 10월 차등 가격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반 낙농가는 ℓ당 최고 6백80원을 받고 거래업체에 전량 납품하게 됐지만, 진흥회 소속 낙농가는 초과 생산량에 대해 ℓ당 2백원만 받고 진흥회에 납품하고 있다.

이에 농림부는 지난달 진흥회 소속 낙농가의 하루 잉여량 8백10t 가운데 4백10t을 감산키로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우유 수급 안정대책을 내놨다.

◆정부 입장 및 파장=농림부는 2일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에서 낙농제품의 관세 인하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우유 수급 안정을 위한 감산대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대로 5일까지 낙농가로부터 원유 감축 및 폐업 신청을 받은 뒤 16일부터 ▶폐업 낙농가에 대해 하루 생산기준 ℓ당 10만원씩 지급하고 농협의 저리자금 1천3백억원을 지원하며▶감산 농가에는 ℓ당 1백37원을 1년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낙농가는 보상이 미흡하다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책위 조석형 충남대표는 "진흥회 창설시 전량 납품 약속을 믿고 따른 낙농가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금을 받고 폐업할 수는 없는 만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극한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한필.허귀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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