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미트 페어런츠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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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감독 : 제이 로치
출연 : 벤 스틸러, 로버트 드 니로, 더스틴 호프먼
장르 : 코미디
등급 : 15세
홈페이지 : (www.meet2.co.kr)

20자평 : 억지, 과장. 이래도 안 웃을래?

귀한 딸 주기 싫어 사윗감을 구박하는 전직 CIA 요원 장인감 잭 번즈(로버트 드 니로) 때문에 고생하던 남자 간호사 게이로드 퍼커(벤 스틸러)가 생각나시는지. 오직 사랑을 위해 온갖 수모를 겪었던 이 희한한 이름의 주인공에게 아직 한 가지 관문이 더 남았다. 바로 상견례. 엄격하기 그지없는 번즈 가문과 자유분방한 퍼커 가문의 만남에 그렉(게이로드의 애칭)은 걱정이 앞선다.

전편이 그렉 혼자 잭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면 '미트 페어런츠 2'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집안의 만남, 아니 대결을 그리고 있다. 잭은 거짓말 탐지기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이번엔 그렉에게 진실을 말하는 주사까지 놓고, 그렉과 닮았다는 이유로 생면부지의 소년과 친자 확인 유전자 감식까지 의뢰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렉 혼자가 아니다. 퍼커 부부는 특유의 천진한 웃음으로 번번이 잭에게 상처를 준다. 이러니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원작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이 무색하게 '미트 페어런츠 2'는 전편의 흥행수익(3억 달러)을 훌쩍 넘어 코미디 실사 영화로는 최고 기록인 5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꼭 수치에 혹할 일만은 아닌 듯 싶다. 결혼 전 양가 상견례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영화엔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가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욕 타임스가 '싸구려 재미'라고 표현한 대로 아무래도 공감보다는 억지와 과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니 말이다.

1편에 나왔던 로버트 드 니로와 블리드 대너뿐 아니라 퍼커 부부 역의 더스틴 호프먼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까지 가세한 명배우 집합소라는 점이 그나마 '미트 페어런츠 2'를 볼 만한 영화로 만든다. 하지만 깐깐한 잭에 맞서는 전업주부 남편에 노인 상대 섹스 테라피스트 아내라는 퍼커 부부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상투적이라 오히려 재미가 반감한다. 극단적인 대비로 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번번이 예측가능한 웃음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예고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몰라도 이미 예고편을 봤다면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래도 안 웃을래'하며 과장되고 억지스럽게 몰고가는 상황 설정도 그렇고, 원제 '미트 퍼커스'가 주는 야릇한 뉘앙스 그대로 성적인 코드의 농담이 거북스러운 관객도 있을 수 있겠다.

가볍기 그지없는 킬링타임용 영화지만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식 육아법에 대한 조롱이나 경쟁 지상주의에 대한 일침은 꽤 따끔하다. 가짜 젖가슴을 두르고 손자에게 우유를 먹일 만큼 열성인 할아버지 잭. 그러나 버릇 들인다며 아이를 홀로 울게 하는 잭과 달리 퍼커 집안은 잭 몰래 손자 방에 드나들며 안아주고 초콜릿 주고 심지어 술병까지 안긴다. 사랑보다 더 좋은 육아법은 없다는 믿음 하나로. 아들의 9등짜리 상패를 자랑스럽게 벽에 걸고 남들 시선에 아랑곳없이 행복하게, 아니 주책없이 사는 퍼커 부부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혹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는 건 아닐까. 아니면 따스함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고.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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