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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터 FIFA 회장 전격 사임…이르면 연말 재선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라터(79)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전격 사임했다. 선거 과정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이 FIFA 탈퇴를 거론하는 등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블라터 회장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FIFA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가 계속 FIFA를 이끌게 된 것에 대해 국제 축구계가 모두 찬동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힌 그는 "FIFA는 근본적이 개혁이 필요한 상태"라며 사임의 변을 밝혔다. 이어 "조만간 FIFA 총회가 열릴 것이며, 이 자리에서 후임자를 뽑는 선거도 함께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터 회장은 지난 1998년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FIFA의 수장에 오른 뒤 4차례 연임하며 17년 간 '세계축구 대통령'으로 활약해왔다. 지난달 29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린 차기 FIFA 회장 선거에서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에 승리해 5선과 함께 임기를 2019년까지 늘린 상태였다.

국제축구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UEFA가 선거 직후 "블라터의 임기 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잇달아 강한 목소리를 낸 게 블라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UEFA는 오는 7일 열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즈음해 총회를 갖고 FIFA 탈퇴·러시아월드컵 보이콧 등을 주제로 '반(反) 블라터' 회동을 열 예정이었다.

최근 미국과 스위스의 공조 수사 과정에서 블라터 회장 최측근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자 블라터 회장이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블라터 회장은 카타르가 2020년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회유치위원회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블라터 회장의 사임과 함께 FIFA 내부의 심각한 갈등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단, 블라터 회장 지지층이 여전히 견고한 만큼, 차기 선거에서 반 블라터 세력이 집권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FIFA는 빠르면 오는 12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총회를 열고 새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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